22일 휴일을 맞아 해운대해수욕장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햇살이 따갑자 송림그늘로 숨어들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폭염은 한국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서도 폭염 비상이 걸렸다.
가장 심각한 국가는 인도로 19일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서 인도 사상 최고기온인 51℃가 관측됐다. 같은 날 서부 구자라트 주 아메다바드 시 기온도 100년 만에 최고인 48℃를 기록하고 수도 뉴델리 기온이 46.4℃까지 오르는 등 나라 곳곳에서 50℃에 육박하는 기온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 사상 최악의 고온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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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위 사망자도 많다는 관측도 있다. 뉴델리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전체적 발전센터(CHD)는 “지난 45일간 노숙자 377명이 사망하고, 노약자들의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는 등 더위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사망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라자스탄 주 둥가르푸르에서는 20일 나무에 매달려 사는 박쥐 300마리가 한꺼번에 나무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됐다. 살갗이 얇은 박쥐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폐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더위뿐 아니라 수개월째 이어진 가뭄은 주민의 고통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다. 뉴델리에서는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강수량이 예년 평균 59㎜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7㎜에 불과하다. 인도 당국은 “전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3억3000만 명이 가뭄으로 인한 식수와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가축과 농작물이 폐사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메콩강 수위는 1926년 이후 9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물 부족으로 인한 고통이 유역 내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채소 값이 40%나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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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도 18일 “2016년이 기상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4개월 동안의 기온 기록만으로도 이런 전망이 확실시 된다는 것이다. 기상전문가들은 특히 올해는 ‘엘니뇨’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최근 수십 년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세계 기온도 2014년부터 3년 연속 매년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연간 단위로 가장 더운 해 기록이 3년 연속 이어지는 것은 처음이다.
지구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 ‘가장 더운 해’라는 보도는 더는 새롭지 않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됐다. 더 큰 문제는 최고 기록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영국 기상청은 올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평균기온보다 1.14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급속한 지구 온난화의 흐름을 막지 못하면 최근의 폭염주의보 기록은 머잖아 ‘시원했던 기록’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