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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만큼 일하고 출퇴근 자유… 경단녀 꿈의 직장

입력 | 2016-05-19 03:00:00

서울시 1호 ‘중랑구 마을공방’ 가보니
일감 들쭉날쭉 봉제업체는 일손 얻고… 주민은 가정 돌보며 돈도 벌어 좋아




지난달 28일 서울 중랑구 마을공방에서 여성들이 환한 표정으로 봉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을공방은 정규직 근무가 어려운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터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오늘은 일거리가 많네요. 다들 일할 만큼 가져가세요.”

4, 5명의 남성이 트럭에서 비닐포대를 내리며 말했다. 이른 더위에 목덜미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포대 속에는 하늘색 셔츠가 가득했다. 황토색 테이블 위에 옷 뭉치를 내려놓자 테이블 주위에 모여 있던 중년 여성들이 저마다 한 아름씩 옷을 집어갔다.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마을공방(마을 공동작업장)’의 모습이다.

여성들은 옷을 들고 각자 테이블의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마을공방에는 정해진 자리가 없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중랑구 지역의 패션 봉제업체가 만든 옷의 실밥을 제거하고 상표 라벨을 부착하는 일이다. 옷은 기계가 만들지만 마무리 작업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서로의 자녀와 어제 시청한 TV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일을 시작했다.

마을공방은 동네의 경력단절 여성(경단녀)을 위한 일자리다. 자치구가 마을 주민이 함께 일하는 작업장을 만들어 정규직 근무가 어려운 경단녀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자치구를 대상으로 마을공방 조성사업을 공모해 중랑구 마을공동일터를 서울시 1호 마을공방으로 선정했다. 마을공방으로 선정되면 약 1억 원의 작업장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받는다.

중랑구 마을공방은 지난해 11월 ‘행복키움 공동일터’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서울 봉제업체의 11%(2470곳)가 몰려 있는 지역 특성을 살려 패션·봉제업체와 지역 주민을 연결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중랑구는 대부분의 봉제업체가 영세한 데다 일감이 들쭉날쭉해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했다. 위검복 중랑구 일자리경제과장은 “마을공방은 상시 근무자를 뽑기 어려운 영세 업체와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경단녀들을 연결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 마을공방에서 일하는 40여 명의 직원 대부분은 50, 60대 중년 여성이다. 마을공방의 특징은 누군가가 강제로 일을 떠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만큼 일을 하고 원하는 시간에 퇴근하면 된다. 물론 출근시간도 자유롭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손주를 보내고 오전 늦게 짬을 내 일하러 오는 할머니, 집에서 모시는 시어머니가 목욕이나 산책을 갈 때 2, 3시간 일하러 오는 주부 등 다양한 여성들이 모인다.

근무시간이 짧다 보니 소득은 그리 높지 않다. 많게는 월 80만 원, 적게는 월 20만 원씩 받는다.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임정빈 씨(53·여)는 “아줌마들이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해서 TV만 볼 텐데 이렇게 마을공방에 나와 수다도 떨고 돈도 벌어가니 참 좋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들도 마을공방 개소를 준비 중이다. 동작구는 수제 비누와 화장품을 만드는 공방을, 마포구는 홍익대 인근 예술가들과 연계한 전시 및 강의 공방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랑구 마을공방의 사업성을 판단해 동네 마을공방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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