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ACC 강성군 센터장
광고 로드중
■ KLACC 강성군 센터장이 말하는 운동선수가 도박에 더 취약한 이유
프로야구의 1년 농사는 스프링캠프에서 결정된다. 그곳에서 어떻게 시즌을 준비하느냐를 보면 시즌의 성패를 예상할 수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 전지훈련이 시작되면 긴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다. 선수들이 최소 40일 이상 해외에서 머무는 동안 어떤 ‘사고’를 일으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단이 특히 걱정하는 것은 도박이다. 몇 년 전 어느 팀에서 벌어진 스토리다. 도박장이 훈련캠프와 가까웠다. 선수들이 쉽게 접근했다. 시작은 휴일에 시간 때우기 위한 심심풀이였다. 전지훈련 초반에 선수들에게 돈을 잃어주던 기계와 딜러가 선수들의 귀국이 가까워지자 안면을 바꿨다. 잃은 돈을 모두 빨아들였다. 이기기 위한 훈련과 교육만 받아온 선수들은 참지 못했다. 동료들의 돈까지 꿔가며 도박장으로 향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귀국 전날이 되자 그들은 맞보증을 서가며 대출까지 받았지만 본전을 만회한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그 팀은 결국 꼴찌를 했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더 깊게 몰입
해외 전지훈련 때 일탈 가능성 UP
확률 반반? 철저히 불공정한 게임
도박 부정적 영향 스스로 이해해야
광고 로드중
14년간 도박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면담하고 중독예방과 치유를 담당해온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 강성군 센터장(사진)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독관리센터에서 수많은 중독자들을 면담하고 치료한 심리전문가 강 센터장은 “일반 직장인이 하루 열심히 일해 봐야 5만∼15만원을 번다. 도박은 보상이 크다. 잘하면 몇 십만원을 한 번에 딸 수 있다. 요행심리와 기대감이 작용한다. 개인의 열등감을 물질로 보상받거나 회피하기 위해서도 도박에 빠진다”고 했다.
강 센터장에게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례를 말하자 “도박은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평소보다 행동이나 생각이 자유로워진다. 일탈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엄격했던 경계기준이 느슨해지는 부분도 있다. 국내에서는 공인이라 많은 눈을 의식하지만 해외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호기심까지 겹치면 그동안 지켜온 윤리적인 기준이 흔들린다”고 했다.
● 도박에 빠지기 쉬운 DNA는 있다
운동선수들은 승패의 세계에 익숙하다. 자신의 행위에 따라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승부욕이 강하다. 강 센터장은 “많은 중독자들을 보면 일반인에 비해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람들은 도박을 승패로 해석해 돈을 잃어도 손해를 입었다면서 손을 털어버리는 일반인보다 훨씬 졌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서 더욱 깊게 도박에 몰입한다”고 했다.
광고 로드중
● 도박의 마수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강 센터장은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해서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서너 살 먹은 아이가 아닌 이상 누구도 그 말을 듣지 않는다. 주위에서 컨트롤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강 센터장은 이어 “누구는 알코올에 취약하고 누구는 도박, 누구는 섹스에 취약하다. 이런 사람들이 환경에 노출되면 중독자가 된다. 사람마다 이런 취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각자가 어디에 취약성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그래서 처음부터 발을 담그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도박도 담배도 알코올도 모른 채 살아갈 수 있다. 위험환경의 노출에 취약한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경험에 엮여서 중독자가 된다”고 말했다.
주위와 모든 접촉을 끊고 물질문명의 혜택을 거부한 사람이 아닌 이상 위험환경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강 센터장은 “도박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시하고 왜 안해야 하는지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박을 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응시하고 공부하라는 의미다. 이때 특히 필요한 것이 승률에 대한 이해다.
광고 로드중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