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문화부장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여성 부제(副祭) 허용을 검토하고 싶다는 언급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은 이달 12일 수도원 대표들과의 만남에서 여성에게도 부제직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자는 사제(司祭), 통상 신부를 의미한다. 수녀들은 수사와 함께 수도자로 분류된다. 사제들은 일정 기간의 부제 기간을 거쳐 사제품을 받게 된다.
교황은 그동안 보수 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와 낙태 여성, 이혼 경력자 등에 대해서도 관용적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여성 부제의 탄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교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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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불가(不可)’였다. 수천 년 신과 그 대리자인 남성 사제를 통해 신앙과 조직의 근간을 유지해 온 가톨릭교회로서는 불가능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지만 종교는 요지부동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공회 등 일부 개신교단에서는 여성 성직자의 활동이 왕성하지만 많은 교단은 아직 여성의 목사 안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 불교계의 대표적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여성 성직자(비구니) 비율은 놀랍다. 전체 1만3000여 명의 출가자 중 비구니 비율이 절반에 가깝다. 출가에 관해서는 성(性)에 관계없이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이 수치를 종단 내 양성평등의 실현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 헌법인 종헌에 따르면 비구니의 경우 말사(末寺·본사 주지가 임면권을 행사하는 사찰) 주지와 국회 격인 중앙종회에서 비구니 몫으로 할당된 81석 중 10석을 빼면 종단의 선출직을 맡을 수 없다. 2년 전에는 사법부 격인 호계원 위원의 자격을 ‘비구(남성 스님)로 하지 말고 승려로 하자’는 취지의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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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비구니들의 불만은 많지만 종단 주류의 분위기는 미적지근하다. ‘비구니는 출가해 100년이 지나도 방금 출가한 비구를 공경해야 한다’ 등 비구니 팔경법(八敬法)을 내세우거나 ‘여성은 깨달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비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팔경법은 엄격한 신분 사회인 인도의 카스트 제도 아래서 여성 보호와 출가 공동체 유지를 위해 권장된 규율일 따름이다. 수천 년이 지나 이를 불평등의 근거로 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1962년 이른바 조계종의 통합 종단이 출범한 뒤 50여 년이 흘렀다. 종단은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비구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그 사이 종권(宗權)을 둘러싼 폭력 사태와 금권 선거, 계율을 어긴 범계(犯戒)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종교에서 여성 신자의 비율이 압도적이지만 성직자의 남녀평등은 어렵고 힘든 숙제로 남아 있다. 성(性)을 이유로 한 차별은 세상의 순리에 맞지 않다. 평등의 종교로 알려진 불교, 그중에서도 조계종의 새바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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