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웹툰 ‘스퍼맨’의 하일권 작가
네이버 웹툰 조회수 1위를 기록한 ‘스퍼맨’의 작가 하일권 씨는 “음침하기보다는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성인만화를 그리고 있다”며 “단순히 야하고 웃기기보다는 궁극적으로 히어로가 된 한 사람의 희생을 담고 싶다”고 밝혔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웹툰은 스토리와 창의성이 뛰어나지만 작화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웹툰 그림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0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내 작업실에서 웹툰 작가 하일권 씨(34)를 만났다. 단어부터 고상한 아트북 이야기부터 꺼낸 것은 이날 인터뷰 주제가 그의 신작 19금 웹툰 ‘스퍼맨’이기 때문. 스퍼맨은 왕성한 성욕으로 슈퍼 정자(sperm)를 보유하게 된 대학생 김기두가 슈퍼히어로가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외된 이들을 주인공 삼아 서정적인 작품을 주로 그려와 ‘제2의 강풀’로도 불렸던 그가 왜 19금 웹툰을 그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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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야한 상상을 한 후 스퍼맨으로 변신한 모습. 스퍼맨 슈트는 핑크빛 콘돔 재질로 만들어졌다. 네이버 제공
“처음 그릴 때는 좀 부끄러웠어요. 하하. ‘야시시’한 분위기를 내야 하는데 잘 안 그려졌죠. 그래서 일본 AV(성인영화) 보면서 연구도 하고…. 스스로 부끄럼을 내려놓고 본능에 충실하게 그리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도 ‘웃기기만 하지 야한 것이 부족하다’는 독자들이 많아요.”(웃음)
하 씨는 애니메이션 감독을 꿈꾸며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에 진학한 후 만화작가로 진로를 바꿨다. 2006년 포털사이트에 처음 올린 ‘삼봉이발소’로 데뷔했다. 그는 이발사가 사람들을 구한다는 설정의 이 작품을 비롯해 ‘왕따’ 학생과 소녀로봇의 사랑을 다룬 ‘3단합체 김창남’, 세계 최고의 때밀이(세신사)가 되려는 주인공을 그린 ‘목욕의 신’ 등 평범한 소재를 창의적 아이디어로 작품과 연결시킨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어릴 적 집이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 성곽 쪽 꼭대기였어요. 반면 초등학교는 성북동이라 매일 40, 50분은 산언덕을 혼자 걸어 다녔죠. 걷기가 힘들다보니 재미있는 공상을 하며 잊으려 했어요. 동대문 성벽과 이어지는 계단을 걷는 순간 계단이 하늘로 움직인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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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