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성년의 날… 아동보호시설 ‘퇴소 청소년’ 생활苦
홀로서기 청소년인 김모 씨(20·오른쪽)가 내년에 홀로서기 청소년이 되는 이모 군(18·왼쪽)과 함께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 씨는 ‘홀로서기 청소년’이다. ‘퇴소 청소년’이라고도 한다.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돼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립한 사람이다. 매년 사회로 나오는 홀로서기 청소년은 약 2000명이다.
정부의 지원은 보호시설을 나올 때 딱 한 번 주는 자립정착지원금 500만 원이 전부다. 김 씨는 따로 모아둔 100만 원가량이 더 있었지만 12년을 지내 친숙한 안산에 자리 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아는 이 하나 없는 경북 경산시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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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은 한 달도 안 돼 바닥났다. 보증금 300만 원과 이것저것 생활필수품을 샀더니 100만 원 남짓 남았다. 공부를 해 애견 조련사가 되겠다는 일념에 대학에 진학했는데 등록금 320만 원 중 국가장학금 200만 원을 뺀 120만 원과 입학금을 내니 비상금까지 모두 사라졌다.
생활고는 외로움만큼 빨리 찾아왔다. 기초생활수급비 55만 원은 월세 20만 원과 휴대전화 요금, 식비를 대기에도 벅찼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두 달 만에 관뒀다. 장학금을 받기 위한 최소 평점을 맞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수입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도 끊겼다.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지금은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 대신 식비를 줄이고 있다. 동아리 활동은 언감생심이다.
김 씨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2011년 홀로서기한 전모 씨(24)는 20년 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부모의 소득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으려고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했지만 “부모가 직접 ‘관계 단절 소명서’를 내야 한다”는 말에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했다. 이런 경제적 이유로 많은 홀로서기 청소년들이 학업 대신 생계를 택한다. 현재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77%가 대학 진학을 희망하지만 실제 진학비율은 24.1%에 그친다.
이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단은 자립을 위한 사전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양육시설별로 선택해 가르치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내 감정 표현하는 법’, ‘우리 집 청소하기’ 같은 프로그램을 택한다. 홀로서기에 도움이 되는 ‘(임대차) 계약서 쓰기’를 듣는 보호아동은 1.5%, ‘돈 관리 기술’과 같은 경제교육을 수강하는 아동은 10%가 채 안 된다. 보호시설에서 반드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의무도 없기 때문에 별다른 교육조차 하지 않는 소규모 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도 있다. 아동자립지원단 관계자는 “사전교육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개선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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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