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음악가들도 스승으로부터 작곡 및 연주 기술과 정신의 감화를 받으며 예술가로 완성됩니다. 작곡가로 명성을 떨치지 못했던 인물이 대음악가를 키워낸 경우도 있지만, 자신도 재능을 인정받은 작곡가면서 제자의 재능을 더욱 크게 육성해낸 인물들도 있습니다.
푸치니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아밀카레 폰키엘리 교수를 만났습니다. 그의 지도교수도 바치니라는 유능한 작곡가였지만 ‘극성맘’이었던 그의 어머니가 유명 작곡가였던 폰키엘리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써서 아들을 특별히 지도해 달라고 부탁한 것입니다.
‘환타지아’라면 미키마우스가 물 긷는 장면으로 인상 깊은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발레 ‘라페리’를 비롯해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작품들을 썼던 뒤카는 파리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올리비에 메시앙, 모리스 뒤뤼플레 같은 뛰어난 제자들을 길러냈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마법사처럼 엄격하고 매몰찬 스승은 아니었죠. 그의 제자 중에는 스페인에서 유학을 온, 앞을 보지 못하는 청년도 있었습니다. 이 청년, 호아킨 로드리고를 뒤카는 엄격함과 자애로움으로 꼼꼼히 지도했고 로드리고는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비롯해 기타를 위한 여러 사랑받는 곡들을 썼습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로랑 프티지라르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하는 ‘불란서의 아름다운 시절’ 콘서트가 열립니다. 지휘자 프티지라르가 작곡한 첼로협주곡 외에 ‘물 긷는 미키’로 낯익은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 등이 연주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