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곡성’ 11일 개봉… 칸 영화제 초청 받아
나홍진 감독은 “애초에 생각했던 결말에서 몇 장면을 삭제한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며 “종구 같은 사건의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네 잘못은 없다, 계속 살아가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렇게 강렬한 에너지를 담은 영화를 연출한 그이지만 개봉을 앞둔 긴장감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나 감독은 “잘 자지를 못한다. 피곤하니 기절하듯 잠들긴 하는데 다시 깬다”고 했다.
“이번엔 피해자의 이야기를 좀 더 집중적으로 다루고 싶었다. 사건 피해자들은 대체 왜 이런 일을 당하는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설명 이상의 근원을 파고들다 보니 인간의 죽고 사는 문제, 인간과 신의 문제까지 가게 됐다.”
―주제는 철학적이지만 영화의 외양은 공포물에 스릴러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도 많다.
“진지한 주제인 만큼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홍진 영화라고 하면 일단 관객이 공격적으로 되는 것 같다. 앉아서 ‘한번 해봐’ 하고 팔짱을 끼는 느낌이랄까. 관객의 반응, 그 반응의 비율까지 계산했다. 이전에는 센 장면을 묘사하며 스릴을 만들어 냈다면 이번에는 센 장면을 보여줄 만한 순간에 웃음을 주자, 이완시킨 뒤에 낙차를 주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스타일을 바꾼 이유가 있나.
―효진 역의 김환희(14)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힘든 장면을 많이 소화했다.
“촬영 전에 6개월 정도 체력적, 정신적으로 철저히 준비를 했다. 시나리오도 전체를 보여주기보다는 부모님이 걸러서 보여주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그 친구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쑥스러워하다가도 촬영만 들어가면 돌변하는데, 다들 ‘대체 우리가 뭘 본 거지’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배우와 영화를 찍는 것이 영광스럽기까지 했다.”
―배우들이 하나같이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바꿔 말하면 과정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얘기다. 곽도원은 나 감독을 가리켜 ‘독하다’는 말도 했는데….
“평상시에는 보시다시피 좀 허술하고 게으르고 나태하고 실없는 소리만 한다. 그래서 영화를 할 때 바짝 집중할 수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사실 이젠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그만큼 긴장하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상태인지, 아니면 반대인지.”
“서양 사람들은 완전히 다르게 볼 것 같아서 궁금한데, 사실 지금은 칸이고 뭐고 개봉 전이라 정신이 없다. 영화를 ‘까기’ 전까지의 이 시간이 정말 고통스럽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