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수주경쟁에 ‘후불제’ 확산… 유가 내리자 선주들 선박인도 미뤄 자금부족한 조선사, 빚만 눈덩이
각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조선 ‘빅3’의 총차입금(단기차입금+장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회사채)은 2010년 말 10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24조 원으로 급증했다. 차입금이 가장 큰 비중으로 늘어난 곳은 대우조선해양으로 2조5000억 원에서 3배가 넘게 늘어나 7조9000억 원이 됐다. 액수로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이 5조2000억 원에서 추가로 6조2000억 원이 늘어 가장 증가폭이 컸다. 삼성중공업도 거의 2배나 늘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조선업체에 불리하게 맺어진 수주계약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불경기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동안 선박 건조 단계별로 균등하게 돈을 받던 계약 방식이 선박을 최종적으로 인도할 때 대금의 절반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거에 비해 충분한 돈이 제때 들어오지 않게 된 조선업체들이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돈을 빌려 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헤비테일 방식의 수주 계약을 막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선주가 배를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먼저 낸 돈을 돌려받기 위해 드는 보험의 일종)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선업계와 금융권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헤비테일 방식이 국제 관행처럼 굳어져 개선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