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문 아포리즘 1·2/박이문 지음/각권 272쪽·각권 1만3200원/미다스북스
최근 전집이 발간된 우리 시대 인문학의 거장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의 글에서 경구를 가려 뽑은 이 책은 그런 여행자의 배낭에 들어갈 만하다. 예술과 과학, 동양사상 등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던 박 교수는 ‘사유의 둥지를 완성했다’는 평을 받는다. 책에 담긴 글은 둥지에서 튀어나온 나뭇가지들이다.
“우리가 병든 것은 우리만의 시간을 소음과 바꾼 까닭이다. …”(혼자만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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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영원히 젊다. 청년들마저 추억을 주억거릴 때 그는 “지나간 경험이 아무리 귀하더라도 내가 정말 돌아가고 싶은 곳은 바로 지금 영원한 현재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이다”라고 말한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박 교수를 최근 만났다. 그는 책에 실린 글 “이제 아주 나쁜 것도 좋소/추한 것도 아름답소/후회도 소망도 없이/아쉬움도 충만도 없이/그냥 담백하고 맑게 가라앉은 심정으로/모든 것과 조용히 화해한 심정이오”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책을 선물로 주었다. 1권 제목은 ‘이 순간 이 시간 이 삶’, 2권은 ‘저녁은 강을 건너오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