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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 남다른 ‘두산 한솥밥 父子’… 박철우 타격 코치-박세혁 백업 포수

입력 | 2016-05-05 03:00:00

父 “운동장선 아들 아닌 한 명의 선수일뿐”
子 “고생하는 아버지 보며 더 노력하게 돼”




올 2월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에서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왼쪽)와 같은 팀 포수 박세혁 부자(父子)가 나란히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두산 제공

며칠 전 새벽 서울 잠실야구장에 광주 방문경기를 마치고 상경한 두산 선수단의 버스가 도착했다. 박철우 두산 타격코치(52)와 두산 백업 포수 박세혁(26)은 버스에서 내려 같은 승용차에 탔다. 퇴근길의 동반자 박 코치와 박세혁은 부자(父子) 사이. 박세혁은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은 차량의 조수석에 앉았다. 현재 프로야구 10개 구단에서 지도자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아버지와 아들은 이들이 유일하다.

박세혁은 “아버지와 외모, 목소리가 비슷해 팀 동료인 허경민과 박건우가 나를 ‘코치님’이라고 부르며 놀릴 때가 있다”며 웃었다. 박 코치도 “아들이 방망이 치는 폼이 나와 비슷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가 좀 편하게 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2014년 두산과 계약한 박 코치는 지난해 말 상무에서 제대한 박세혁이 두산에 복귀하면서 아들과 한배를 타게 됐다. “처음엔 가족이다 보니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부담도 됐다. 하지만 운동장에서는 아들이 아니라 한 명의 선수일 뿐이고 코칭에만 신경 쓰고 있다.”(박철우 코치) “유니폼 입고 있으면 (아버지에게) 먼저 말을 안 건다.”(박세혁)

박 코치는 해태와 쌍방울에서 12시즌을 뛰며 통산 타율 0.278, 59홈런, 372타점을 기록했다. 1989년 해태의 4연패를 이끌며 그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와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를 수상했다. 신일고와 고려대를 나온 박세혁은 2012년 2차 47순위로 두산 지명을 받은 ‘미완의 대기’다. 박세혁은 “쌍방울 시절 아버지를 응원하러 전주구장에 다니면서 나도 야구를 하게 됐다. 늘 겸손하고 노력하라는 말씀을 해준다. 아버지가 코치로 고생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였던 1군 진입에 성공한 박세혁은 최근 SK와의 경기에 대타로 나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포수를 보면서 왼손 대타로 나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은 맞히는 능력이 뛰어나다. 포수뿐 아니라 1루수나 외야수로도 기용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박 코치는 “팀 성적도 좋고 주위 분들이 (박세혁을) 인정해줘 즐겁다. 출전 기회가 적더라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늘 준비하고 기다리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박 코치는 “초등학교 때 세혁이가 종이 접기로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준 기억이 난다. 부상 없이 잘 뛰어주기만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세혁은 “일본, 호주 해외 전지훈련 때는 아버지와 늘 같이 갔기에 선물을 따로 사지 않았다. 이번엔 스승의 날까지 겸해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 비밀이다”라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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