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
지난달 24일 오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서 연주 중인 재즈 색소포니스트 카마시 워싱턴(오른쪽). 부친인 리키 워싱턴(오른쪽에서 두 번째), 켄드릭 라마의 프로듀서 테러스 마틴(가운데)도 함께했다. 인디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17곡, 173분 36초 분량의 음악을 세 장의 음반에 이어 담은 대작. ‘계획’-‘영광의 이야기’-‘역사적 반복’이란 세 주제를 재즈 밴드에 현악단, 합창단까지 동원해 표현했다. 해외 여러 매체는 이 음반을 장르 불문 2015년 최고의 앨범으로 꼽았다. ‘21세기 존 콜트레인’이란 상찬도 나온다.
지난달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에서 워싱턴을 만났다. 그는 “‘The Epic’ 앨범을 그래픽 노블로 만들어 내년 중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말로만 설명해도 두 시간은 걸리는 긴 스토리죠. 음악을 그림과 이야기로 제대로 표현해 줄 작가를 찾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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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시 워싱턴의 ‘The Epic’ 표지.
‘워싱턴 신드롬’은 그가 지난해 켄드릭 라마의 명반 ‘To Pimp a Butterfly’에 연주자, 편곡자로 참여한 게 알려지며 증폭됐다. “프로듀서 테러스 마틴, 선더캣, 사운웨이브가 편곡의 60∼70%를 다져놓은 상태에서 마틴의 권유로 참여했어요. 라마는 화성과 리듬 감각이 뛰어나더군요. 크게 놀랐습니다. 마틴이 오래전부터 라마와 작업하며 ‘켄드릭이 힙합을 혁신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예측이었죠.”
워싱턴은 “5월부터 2집 작업에 돌입한다”고 했다. 또 대작일까. 제목은 ‘서사시―제2편’쯤? “아직 모르겠어요. 1집도 실은 원래 1장짜리로 계획했는데 3장이 된 거니까요. 음악 창작이란 불과 기름을 섞는 일과 비슷해서 예측할 수 없어요. 이번엔 5장짜리가 나올지 또 누가 압니까. 허허허.”
재연에 최소 30명의 연주자가 필요하다는 ‘The Epic’을 만드는 데 돈은 얼마나 들었을까. 막대한 제작비 탓에 파산하지나 않았을까. 그는 “제 음악을 믿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줘 생각보다 적은 비용으로 제작했다”고 했다.
“제 음악을 사람들이 원하는 틀에 맞추고 싶지 않았어요. 제 심장에 솔직한 것, 제 머릿속에 들려오는 음악이면 충분하다고 봤어요. 지구란 생각보다 큰 곳이잖아요. 당신이 무엇을 만들든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