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데뷔 135경기만에 첫 승
신지은(24·한화)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135번째 도전 끝에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신지은은 2일 미국 텍사스 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CC(파71)에서 열린 텍사스 슛아웃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4타 차 공동 4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출발한 신지은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으며 양희영(PNS), 허미정, 저리나 필러(미국)의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2, 3, 5번홀에서 버디를 낚은 신지은은 10번홀에서 1.5m 버디를 보탠 뒤 나머지 8개 홀을 모두 파로 막으며 승리를 지켰다. 김세영, 최나연, 지은희는 신지은에게 맥주를 뿌리며 우승을 축하해줬다.
신지은은 “1, 2라운드에서 그린을 자주 놓쳐 1∼2m 거리의 퍼팅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다. 그동안 우승 경쟁을 여러 번 하면서 겪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앞으로도 늘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신지은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제니 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미국의 주요 주니어 대회 우승을 휩쓸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LPGA투어에서 오랜 세월 무관에 그치면서 마음고생을 겪었다. 이름이 비슷한 전 세계 랭킹 1위 신지애와 자주 비교됐던 그는 LPGA투어 블로그에 ‘하루만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있다면 신지애가 되고 싶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체력 보강을 위해 매일 3∼4km를 달리며 체중을 10kg 가까이 줄일 정도로 첫 승을 향해 독한 마음을 품었다. 키 160cm인 신지은은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가 249야드로 110위에 처져 있지만 70%를 웃도는 페어웨이 안착률과 그린 적중률을 앞세워 단신의 핸디캡을 극복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
이날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박인비가 2위를 지킨 가운데 김세영이 7위에서 6위로 올라서며 한국 선수 ‘넘버2’가 됐고 전인지(7위), 양희영(8위), 장하나(9위)가 그 뒤를 쫓았다. 신지은은 38위에서 24위까지 점프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