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입시, 봉사활동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대는 봉사활동 시간보다는 학생이 특정 봉사활동을 얼마나 꾸준하게 했는지를 자기소개서를 통해 살펴본다. 사진은 한 고교생이 지역의 초등생에게 과학 실험을 지도하는 지식나눔 봉사를 하는 모습. 동아일보 DB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최근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일반전형, 지역균형전형)에 지원해 합격한 고교생 82명 중 일반계고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분석한 ‘스펙’의 평균치다. 고교 3년 동안 이런 압도적 수준의 비교과 스펙을 쌓는 일이 과연 꼭 필요할까.
학교생활기록부의 교내수상경력과 독서활동상황은 이미 많은 고교생이 중시하며 철저히 챙기는 항목. 하지만 봉사활동은 많은 시간과 내역을 쌓는 일이 필수적이진 않다. 웬만한 활동내역으론 차별화되기 어려울뿐더러, 수상경력이나 독서활동에 비해 봉사활동시간의 경우는 많이 쌓더라도 대학이 결정적인 요소로 평가하진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합격생들, 봉사활동은 얼마나?
서울대 수시모집 지원자 중 일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분석한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서울대가 봉사활동의 시간을 양적으로 평가하진 않겠지만 서울대 지원자들의 봉사활동시간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 씨는 “고교 때 교내 신문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동아리 활동만으로도 120시간의 봉사활동시간을 쌓았다”면서 “교내에서 급식 봉사 도우미, 외부에서 번역 봉사 등을 꾸준히 해 2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적은 봉사활동을 한 B 씨는 “교내 연구활동과 동아리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봉사활동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면서 “지역아동센터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교내 급식 봉사활동을 해 70시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봉사활동,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서울대는 “봉사활동을 한 시간은 평가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
서울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서울대는 봉사활동 시간보다는 학생이 특정 봉사활동을 얼마나 꾸준하게 했는지, 해당 봉사활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자신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자기소개서를 통해 살펴본다”면서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해당 학생의 공동체정신이나 봉사정신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바쁜 고교 3년 동안 현실적으로 봉사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교내 정화활동을 1년에 10시간씩 3년간 꾸준히 해도 30시간의 활동을 통해 무엇인가를 느끼고 내면의 변화가 생겼다면 그것을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대는 단순한 봉사활동시간만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봉사활동, 한 곳에서 꾸준히
서울대 합격생들은 “봉사활동은 양보단 질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봉사활동에서 의미를 찾으려면 깊고 꾸준하게 해야 하므로 봉사활동시간이 늘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올해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에 수시모집 일반전형으로 합격한 C 씨는 고교 3년 동안 100시간의 봉사활동을 했다. 교내 선도부로 활동하며 봉사활동한 경험은 자기소개서 3번 항목에 녹여냈다. ‘보행 중 취식 금지’ 교칙이 현실성이 없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두고 고민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한 경험을 담은 것.
C 씨는 “선도부를 꾸준히,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그런 고민의 경험도 없었을 것”이라면서 “의미를 만들어내려면 여러 곳에서 일회성으로 시간 채우기식 봉사활동을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봉사활동이라도 깊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