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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혁신을 두려워 않는 팝의 디바

입력 | 2016-05-02 03:00:00

비욘세 3년만의 앨범 ‘Lemonade’




‘Lemonade’ 표지. 1시간짜리 영상의 첫 장면이기도 하다.

반짝이는 ‘Crazy in Love’, 눈물 짜는 ‘Listen’ 같은 곡을 기대한다면 들을 필요 없다.

‘Bad Motherfucker… Call me Malcolm X… Who the fuck do you think I is?(나쁜 죽일 놈… 날 맬컴X라 불러… 내가 빌어먹을 누구라고 생각해?)’(‘Don‘t Hurt Yourself’ 중) ‘Middle fingers up, put’em hands high(가운뎃손가락 두 개 들어, 두 손 위로 올려)’(‘Sorry’ 중)를 일갈하는 이 여가수의 신작은 검고 끈적거리며 육중하게 꿈틀대 불길하다. 생명체에 비긴다면 거대한 방울뱀쯤. 반드시 저음을 선명하고 풍부하게 재생하는 오디오나 헤드폰으로 들어야 온전한 제맛을 볼 수 있다.

팝스타 비욘세(본명 비욘세 놀스 카터·35)의 6집 ‘Lemonade’ 얘기다. 3년 만에 그가 낸 이 정규앨범을 한국 발매 전 미리 들어봤다. 미국에선 지난달 23일 방송채널 HBO에 1시간짜리 영상과 함께 처음 공개된 뒤 음원서비스 ‘타이덜’과 ‘애플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다운로드만 가능한 상태다.

신작 ‘Lemonade’의 비디오에서 독특한 수중 연기를 펼친 팝스타 비욘세. 이번 작품은 2013년작 ‘Beyonc'e’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영상앨범. 음원과 CD로 듣기만 해도 되지만 영상과 이루는 시너지가 강렬하다. 영상 화면 캡처

‘Lemonade’는 하반기 나올 레이디 가가 4집과 함께 올해 팝 음악계의 뜨거운 화제작이다. 이미 해외 25개 매체 평점 평균 93점(100점 만점)을 받으며 지난해 나온 래퍼 켄드릭 라마의 ‘To Pimp a Butterfly’에 맞먹는 격찬을 받고 있다.

12곡 45분의 음악에서 비욘세는 이례적으로 시종 선언적이며 화가 나 있다. 블루스, 록, 덥스텝의 거친 입자가 이를 효과적으로 돕는다. 이들 입자가 R&B와 힙합의 원소, 비욘세의 절창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모양새가 신선하다. 음반이 때로 밴드 앨라배마 셰이크스의 것처럼 꿈틀대는 건 그 때문이다. 영화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년)의 영상과 결합해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를테면 ‘Don‘t Hurt Yourself’는 합작한 잭 화이트의 앨범에 실렸대도 이상할 게 없다. 블루스와 록을 격정적으로 결합하는 화이트의 스타일 위로 비욘세가 부정한 남편에 대한 분노를 잭 드라로차(그룹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보컬)처럼 쏟아낸다. 여기 양념으로 들어간 1960년대식 오르간 소리는 ‘Freedom’에서 더 묵직하게 앞에 나선다. 도입부만 들으면 짐 모리슨의 도어스가 떠오를 지경. 각각 위켄드, 켄드릭 라마가 참여한 ‘6 inch’와 ‘Freedom’, 영롱하게 출렁대는 기타가 이끄는 ‘All Night’는 음반의 하이라이트다.

음원과 CD에 동봉되는 1시간짜리 ‘영상앨범’을 놓쳐선 안 된다. 연인(또는 남편)의 부정에 대한 분노와 절망을 흑인 여성의 연대와 자존감, 후대에 대한 희망과 가족애로 승화시키는 앨범의 스토리를 예술영화처럼 모호하며 때로 공포영화처럼 섬뜩한 이미지들을 짜깁는 방식으로 담아냈다. 4 대 3에서 4 대 1까지 수시로 변하는 화면 비율, 폐쇄회로(CC)TV 화면, 익스트림 클로즈업, 슬로모션을 오가는 다채로운 영상 편집은 비욘세의 특기인 중독성 있는 안무부터 반복되는 나무의 이미지가 이끄는 상징 게임으로까지 시청자를 혼란스레 이끌어 간다. 음반의 격정적 태도와 상반되는 상큼한 레모네이드가 앨범 제목에 들어간 까닭은 음악과 영상을 두루 감상하다 보면 알 수 있다.

비욘세의 신작은 국내에는 5일 디지털 음원(다운로드 구입만 가능), 13일 CD로 발매된다. 자기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팝스타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반갑다.

음악 ♥♥♥♥ 8.2점 / 음악+영상 ♥♥♥♥♡ 8.9점(이상 10점 만점)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