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전문기자
국제관광은 무역처럼 수입 지출로 판가름 난다. 흑자를 내려면 수입은 늘리고 지출은 줄여야 한다. 지출을 줄이는 유일한 수단이 ‘내 나라 여행’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0만 명 출국 시대’에 브레이크를 걸 방법이 요원하다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내 나라 여행을 권장하기에는 관광 인프라가 부실해서다. 볼거리는 부족하고, 가격은 비싸며, 저비용항공사(LCC)는 늘어나 경쟁력은 더더욱 떨어지고 있다.
이는 수입 맥주가 판을 치는 맥주 시장을 닮았다. 2012년 영국의 한 일간지는 ‘한국 맥주는 평양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후 외국 맥주 붐이 일었다. 당시 1400만∼1500만 달러이던 연간 수입 증가액이 지난해는 3017만 달러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출된 일본 맥주의 절반 이상(56.8%)이 한국에서 소비될 정도로 한국에는 일본 맥주가 판을 치고 있다. 유통업계는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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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무시한 상품이 팔릴 리 없다. 한국 맥주가 그렇고 우리 국내 관광이 그렇다. 해외여행에서 얻는 만족감을 내 나라에서 얻지 못하니 외국으로 나갈 수밖에.
지난해 관광수지 60억 달러 적자가 그 결과다. 외국인 1323만 명이 들어왔는데도 적자를 봤으니 개선책도 자명하다. 더 불러오려는 만큼 덜 나가게 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모범을 일본이 보여줬다. 일본은 지난해 1973만7000여 명의 외국인을 불러들여 1조1217억 원의 흑자를 냈다. 53년 만이다. 일본의 설명은 이랬다.
엔화 약세 현상과 확대된 면세 제도, LCC 취항 증대와 주변 아시아 국가의 경제력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과연 그것뿐일까. 아니다. 수입을 늘리면서 지출 감소에도 노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랬다. 지난해 일본에선 45년 만에 처음으로 출국자 수가 외래 방문객 수를 밑돌았다. 출국 감소 경향은 3년째여서 관광당국은 앞으로도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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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00만 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쓴 돈이 3조4771억 엔이나 됐지만 그건 전체 관광 매출의 10% 수준이란 것이다. 관광 수익의 90%는 내 나라 관광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이는 일본의 국내 관광 인프라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엄청난 성장 잠재력까지를 포함해.
이렇듯 2015년은 ‘일본 관광산업의 원년’이 되었다. 실제로도 2015년 상반기를 상징하는 단어 1위에 ‘인바운드’가 올랐고(닛케이신문), ‘바쿠가이(暴買い·닥치는 대로 사는 중국인의 쇼핑 스타일)’가 신조어 경연에서 대상(大賞)을 받기도 했다.
반면 한국 관광은 소비자를 무시해 고급 시장을 수입품에 빼앗긴 맥주 시장처럼 수치스러운 한 해였다. 답은 하나, 우리도 일본처럼 내 나라 관광에 만족할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길고 험난한 여정이라고? 그렇지만 답은 그것뿐이니 머뭇거릴 수 없다. 골든타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우리 국민이 해외로, 해외로 몰려가고 있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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