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 아빠가 된 대니 윌렛(오른쪽)이 마스터스의 새 영웅으로 등극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에서 3타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생애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었다. 대회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 조던 스피스가 새 마스터스 챔피언 윌렛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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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렛, 마스터스 5언더파 283타 우승
선두였던 스피스 12번홀에서만 4오버 추락
윌렛 버디행진 3타차 뒤집기로 첫 그린재킷
오거스타의 신은 새 역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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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터스 새 역사는 없었다
최종일 경기를 앞두고 관심은 온통 조던 스피스에게 쏠렸다. 마스터스에서 스피스만큼 완벽한 경기를 펼친 선수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7라운드 연속 1위를 달린 스피스가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키면 마스터스 역사상 최연소 2승 달성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살아 있는 골프의 전설 잭 니클로스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를 뛰어 넘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기회였다.
전반 9홀이 끝났을 때까지만 해도 새 기록 달성은 무난해 보였다. 스피스는 2위에 4타 앞서 있어 여유롭게 우승할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함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악몽이 펼쳐졌다. 10번홀에서 보기로 한 타를 잃은 스피스는 11번홀(파4)에서 다시 1m 남짓한 파 퍼트를 놓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악몽은 12번홀(파3)에서 최악으로 이어졌다. 티샷한 공이 물에 빠졌고, 드롭구역에서 친 세 번째 샷마저 또 다시 물에 들어갔다. 다섯 번째 친 공은 그린 뒤 벙커에 들어갔고, 여섯 번만에 그린에 올라와 4타를 잃은 뒤에야 홀을 떠났다. 이 한번의 실수로 스피스는 무너졌고, 윌렛은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순식간에 선두가 바뀌었고, 스피스는 끝내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 마스터스가 만든 새 영웅
윌렛은 완벽했다. 악명 높은 오거스타의 코스를 요리하듯 버디를 쏟아냈다. 13번(파5)과 14번홀(파4)에서의 연속 버디로 예감이 좋았다. 스피스가 악몽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2타를 줄이면서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16번홀(파3)에서는 승기를 잡았다. 윌렛은 이 홀에서 자신이 선두라는 사실을 알았고, 긴박한 상황에서 버디를 만들어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스피스가 15번홀(파5)에서 뒤늦게 버디를 잡아내기는 했지만, 17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적어내며 3타 차로 벌어졌다. 스피스의 마지막 티샷이 끝나는 순간 윌렛의 우승도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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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렛은 골프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다. 그러나 유럽무대에서는 4승을 거둔 강자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에서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윌렛은 “대단한 한 주였다. 운명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한 번에 이루어졌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마스터스 출전 두 번째 만에 그린재킷을 입은 윌렛은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쥘 수 있게 됐다. 우승상금으로 180만 달러(한화 약 20억6000만원)를 받았고, 세계랭킹은 9위로 상승했다. 마스터스 챔피언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은 윌렛의 몸값도 껑충 뛸 전망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