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자가 정부청사 둘러보니
장차관용 스마트워크센터 PC 모니터에 ID와 비밀번호가 붙어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정부청사를 둘러보면 이런 보안 불감증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비밀번호 게시’는 청사 내 공공연한 관행이었다. 심지어 모니터에 접속 비밀번호를 버젓이 붙여놓은 PC까지 발견됐다. 단순한 기술적 대책 마련에 그칠 것이 아니라 공직 사회의 보안에 대한 인식을 뿌리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누구나 볼 수 있는 장관용 PC 비밀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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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가 들어가 본 장차관용 방의 PC에는 모니터 우측 하단에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종이가 부착돼 있었다. PC를 켜고 적혀 있는 비밀번호를 그대로 입력하니 손쉽게 윈도 접속이 이뤄졌다. 스마트워크센터용 프로그램 접속도 이 ID와 비밀번호로 가능했다. 기껏 암호를 걸어놓았지만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무방비 상태’로 놔둔 것이다.
장관 차관이 아닌 기자가 이곳에 들어가기까지 출입구나 맞은편 사무실 등에 수많은 직원의 ‘눈’이 있었지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출입문에 생체인식 보안 장치를 달아놓은 직원용과 달리 장차관용은 아예 잠겨 있지도 않았다.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PC에 정보를 유출할 수 있는 악성코드를 심는 건 어렵지 않아 보였다. 사용자가 중요한 문서를 열람한 후 삭제 조치를 하지 않고 떠났다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작지 않았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자기 PC에 메모지로 비밀번호를 부착해 놓은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음료 배달원이나 청소 담당 직원을 위해 도어록이나 출입문 등 입구에 비밀번호를 적어 놓았던 청사 내 사무실은 30곳이 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 호수를 비밀번호로 설정해 놓았던 곳도 있었다.
○ 민간 건물 내 공공기관 보안은 더 허술
정부청사가 아닌 민간 건물에 입주한 일부 부처의 보안 상황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서울청사 건너편 한 빌딩에는 국민안전처 40여 개과, 400명 넘는 직원이 입주해 있다. 여러 기업과 기관이 입주한 빌딩이라 건물 입구에는 출입통제 시스템이 아예 없어 누구나 안전처 사무실로 접근할 수 있었다. 침입을 당한 인사처와 안전처는 다음 주 세종시로 이사를 가서도 정부청사 건물이 아닌 민간 건물을 사용하게 된다. 정부청사관리소 관계자는 “민간 건물을 빌려 쓰는 기관의 방호는 청사관리소가 아닌 해당 기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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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차관은 “당장 조치 가능한 부분은 즉시 보완하고, 기술적인 시스템 보강에서부터 근무 기강 확립과 교육 등의 종합 대책도 다음 달 내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