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증세’ 공감대… 방법론엔 차이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총선 공약에 증세를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당내 경제 공약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향후 움직임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건전재정포럼에서 강 위원장은 “부가가치세 인상을 금기시하지 말자”며 증세 논의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부가세 인상은 즉각적인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 기획재정부는 2013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부가세율을 12%로 인상하면 연간 11조 원의 세금이 더 들어온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1977년 도입 이후 금기시돼 온 부가세 인상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부가세를 올리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의 세 부담이 커지는 셈이 된다. 다만 세율 인상까진 못하더라도 부가세 제도를 정비할 정책적 여지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전한 증세 논의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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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세계 주요국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는 마당에 한국만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법인세를 올리면 근로자 임금이 깎이고 상품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법인세에 손을 대야 증세 추진에 동력이 붙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갈수록 커지는 증세 논란에 청와대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는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대표 공약이 된 양적완화에 따른 한국은행 독립성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당 선대위 공약본부장인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한은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 “한은에 특정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며, 기능의 활용 여부는 금융통화위원회 소관”이라며 “오히려 한은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양적완화가 논란이 되자 한은 인사들은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선거 공약으로 등장한 데 이어 집권 여당이 한은법 개정 카드까지 꺼내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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