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보낸 슬픔 담아”
“더 열심히 시를 쓰려고 한다. 늘 긴장하면서 일상의 느낌과 울림을 포착하고자 한다”는 김종해 시인.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시인이자 ‘문학세계’ 대표인 김종해 씨(75)가 새 시집 ‘모두 허공이야’(북레시피)를 펴냈다. 1963년 등단했으니 그의 시력(詩歷)은 50년이 넘는다. 11번째 시집. 시력에 비해 다작은 아니다. “치열하게 시를 썼으면 좋았을 텐데… 시인으로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김 씨는 낮춰 말하지만, 문학에 대해 청결한 성품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4일 만난 김 시인은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라지고 멀어지면서 느끼는 슬픔을 담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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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꿈에서도 취하게 하는 문우 가운데는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우 김종철 시인도 있다. 시집의 2부 ‘잘 가라, 아우’에는 김종철 시인을 향한 그리움을 묶었다. 그는 “지난해 어느 날 아우를 만나러 갔던 기억이 난다”며 “회사에서 걸어 나와 아우의 유해가 있는 절두산까지 갔다”고 회상했다. 당시의 소회가 담긴 시가 ‘아우가 이사를 했다’이다. ‘절두산 그곳으로 아우가 이사왔다/마포 신수동 문학세계사에서/걸어서 30분/마침내 아우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집을 옮겼다/이승을 넘어서 아우가 이사를 했는데/걸어서 30분’
형과 동생은 똑같이 시인이자 출판인(동생은 문학수첩 대표)이었다. 형이 200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냈고 10년 뒤 아우가 같은 단체의 회장이 됐다. 형제 시인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린 시들을 모아 ‘어머니, 우리 어머니’라는 시집을 함께 내기도 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함께 고향을 찾은 적이 있다. 어렸을 적 동네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벙어리 소녀를 다시 만났다. 할머니가 됐지. 아우가 달려가서 할머니를 애틋하게 안아 주더라. 곧 세상 떠날 걸 알았는지….”
시 ‘어버버버, 어버버버!’에도 이때의 경험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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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