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에 취한 마라도나는 치유를 위해 쿠바를 자주 방문했다. 아마 거기서 혁명가 체 게바라와 운명적인 조우를 했을지 모른다. 마라도나는 오른팔에 게바라, 왼쪽 다리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의 얼굴을 새겨 넣었다. 복싱 헤비급을 한때 평정했던 마이크 타이슨도 배 왼쪽에 게바라의 얼굴을 그렸다. 마라도나와 타이슨, 경기장과 링 위의 두 악동(惡童)은 자신들의 ‘반항 이미지’에 게바라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의사였던 게바라는 카스트로와 함께 1959년 쿠바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쿠바 혁명 이후 동지 카스트로가 관료주의에 빠지는 것을 보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콩고와 볼리비아로 떠나 게릴라 투쟁을 이어간다. 결국 볼리비아의 정글 속에서 정부군의 기습을 받고 39세에 숨졌다. 게바라의 손자인 카네크 산체스 게바라는 생전에 카스트로 형제를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할아버지는 쿠바의 오늘을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작가, 연주자였던 손자는 작년 멕시코에서 숨졌다.
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