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代 금융이해력 낙제점]<下>어렸을때부터 ‘돈 관리’ 가르쳐야
1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신용회복위원회 동서울지부를 찾은 한 20대 청년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생산·소비 활동을 왕성하게 시작해야 할 20대의 금융 문맹(文盲)은 청년층의 ‘금융 절벽’으로 이어지면서 한국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특히 20대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의 노후 준비에도 악영향을 주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20대의 금융 문맹 수준이 심각해진 것은 일선 학교에서의 금융 교육 부족, 빚과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 풍토가 빚어낸 결과인 만큼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 20대 금융 무지, 부모 노후부담으로도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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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거나 결혼한 이후에도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이른바 ‘캥거루족’ 청년층이 급증하는 것도 20대의 금융 무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호 한국금융교육학회 회장(서울교대 명예교수)은 “금융 지식이 모자란 20대가 합리적 소비 생활과 돈 관리를 못하다 보니 취직을 한 뒤에도 경제적인 독립을 못하고 있다”며 “20대의 문제가 부모의 부담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0대의 금융 무지는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준다. 박기출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금융 지식이 떨어지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금융 회사는 불완전 판매를 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는 금융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건강하고 역량 있는 젊은 세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한국의 20대가 ‘금융 실패’에 직면하면서 성장 모멘텀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학교·가정·사회가 모두 금융 교육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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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구 사회에서는 학교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부모들이 자연스럽게 돈 관리의 중요성을 키워주고 이른 나이부터 아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적 자립심을 키운다”며 “우리는 이런 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소장은 “20대가 금융을 모르는 건 학교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40, 50대 부모들이 충분한 금융 지식을 갖추지 못해 교육을 못 시킨 탓”이라며 “우리 사회 전체의 금융에 대한 무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저축보다는 소비와 빚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20대가 제대로 된 금융 마인드를 익힐 기회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천규승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대부업체 광고가 쏟아지고, 정부도 가계 빚을 늘리는 방향의 단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며 “20대의 금융 이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정규교육 과정에 체계적이고 내실 있는 금융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