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 대통령궁에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의장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2014년 국교 정상화 추진 선언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대(對) 쿠바 금수 조치 해제 방안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쿠바의 개혁, 개방을 위해선 정치적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고립 국가였던 쿠바가 오바마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제 세계 유일의 고립 국가로 남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쿠바인들을 상대로 첫 대중연설을 하고 쿠바 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여기에선 정치범 문제 등 쿠바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 후에는 반(反) 체제 인사들도 접견한다. 하지만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이 지나치게 쿠바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미묘한 입장 차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쿠바 당국은 오바마 대통령 방문 전 반체제 인사 수백여 명을 연행하거나 구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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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