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어제 인공지능(AI) 등 지능정보산업 분야에 올해부터 5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6개 대기업이 30억 원씩 총 180억 원을 출자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 재정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능정보기술이란 AI 개발 소프트웨어(SW)로 대표되는 ‘지능’에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를 결합한 개념을 말한다.
하지만 정부가 1조 원 지원 방침을 밝히면서 “조기에 성과를 내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사족을 단 대목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다. 예산을 지원한 뒤 감사를 통해 해마다 일정 성과를 독려하는 방식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제조업이면 몰라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AI산업에는 어울리지 않는 ‘숙제 검사’다. 경쟁이 기본인 민간기업으로부터 돈을 걷어 공동 연구소를 만드는 방식도 관료주의 냄새가 난다.
정부가 AI산업의 방향을 미리 정한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미래부는 지능정보산업의 핵심 분야를 ‘플래그십(주력 제품) 프로젝트’로 지칭하고 2019년까지 지식 축적 분야의 기술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정부가 깃발을 들며 ‘나를 따르라’고 하는, 1970년대 맨땅에 헤딩하듯 급조한 중화학공업 육성책을 연상시킨다. 정부 주도 개발시대의 추억에 젖은 관료가 AI산업의 밑그림을 성급하게 그리고 재촉할 일이 아니다.
정부 예산으로 전문 인력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 만들 지능정보기술연구소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핵심 인력을 유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연구소장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해 전권(全權)을 주고 관료들은 손을 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