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 에피소드에 담은 우리 모습
‘한국인의 초상’에서 지하철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데 열을 올리는 한국인들의 모습. 국립극단 제공
‘한국인의 초상’은 여느 연극과는 사뭇 다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은 찾아볼 수 없고, 한국인의 생활과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27개의 에피소드가 개연성 없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극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주제는 명확하다.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은 무엇인가.’
‘출근길 지옥 같은 지하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사람들, 불륜을 즐기는 중년,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 카카오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실업자, 아이를 낳자마자 학대하며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모, 떼로 다니며 폭력을 일삼는 일진들, 여성 혐오에 빠진 사람들….’ 누구나 한 장면쯤은 ‘내 이야기’라며 공감하게 된다. 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겪은 일이거나 적어도 한 번쯤 뉴스에서 접한 한국인의 자화상들이 소재다. 이렇다 보니 관객은 85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극에 몰입하며 울고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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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