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하동 힐스테이트’는 하노이에서 처음으로 국내 아파트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한 단지다. 야외 수영장을 비롯한 단지 내 편의시설이 국내 힐스테이트 아파트 못지않다. 현대건설 제공
10일 베트남 하노이의 ‘하동 힐스테이트’ 아파트에서 만난 30대 여성 입주민 하잉 씨는 이 아파트의 품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곳의 수영장과 유치원 등은 베트남의 다른 아파트에서는 보기 힘든 부대시설이다. 현대건설이 2011년 분양한 이 단지는 전체 주택의 95% 이상이 계약을 마쳤다.
베트남 하노이에 ‘아파트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건설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자사의 간판 브랜드 아파트를 현지에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는 ‘판상형 3베이(방 2개와 거실을 전면부에 배치)’ 등 한국 아파트만의 독특한 평면 설계를 활용해 현지 부유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하노이에서 손꼽히는 부촌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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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에서 아파트 사업에 잔뼈가 굵은 한국 건설사들에 하노이는 ‘기회의 땅’이다. 서울처럼 아파트 중심의 주택 문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치 중심지인 하노이 경제는 연간 9% 넘게 성장하고 있다. 인구도 2000년대 들어 연평균 20만 명 이상씩 늘고 있다. 반면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주택 보급률이 3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당국은 인구 과밀화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등 선진국 방식의 공공임대 아파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 경쟁도 치열하다. 베트남 현지 회사는 물론이고 싱가포르계 투자회사들이 아파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최근엔 일본 회사들도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세빌스에 따르면 2015∼2017년 하노이에만 91개 단지, 7만여 채의 아파트가 새로 들어설 예정이다.
후발 주자인 한국 건설사들은 타워형 주상복합 아파트 일색이던 현지에서 독특한 평면 구조와 시공 기술로 고소득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하동 힐스테이트가 대표적이다. 베트남 최초 판상형 아파트인 이 단지는 거실과 주방 창을 마주 보게 배치해 햇볕과 바람이 잘 들도록 했다. 주차장을 지하화해 지상을 수영장과 정원 등으로 꾸민 ‘공원형 설계’도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3.3m²당 평균 510만 원에 분양된 이 단지 주택의 80%를 베트남인이 샀을 정도로 현지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현대건설의 현지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을 준비하는 현지 시행사가 견학을 올 정도로 현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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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열 하노이 힐스테이트 법인장은 “베트남 정부도 한국 건설사의 활발한 사업을 환영하고 있다”며 “도심 땅을 매입해 주택과 상업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시설을 짓는 ‘개발형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