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4년 전 SK텔레콤 SK건설 등 SK그룹 계열사 7곳이 정보기술(IT) 계열사인 SK C&C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과징금 347억 원을 매긴 데 대해 대법원은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라고 그제 판결했다. SK 계열사들이 SK C&C와 시스템 관리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인건비 등을 일반 계약에 비해 9∼72% 높게 책정했지만 제공된 서비스의 질이 다른 만큼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공정위의 무리한 법집행이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나 개선될 조짐은 없다.
우선 공정위는 법리 공방에서도 대기업에 밀린다. 대기업은 계열사와 계약한 가격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대형 로펌의 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한다. 10대 로펌에 재취업한 60명이 넘는 공정위 출신 전문위원의 조언을 토대로 정부의 약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공략한다. 반면 공정위는 담당 과장과 사무관 등 2, 3명의 인력으로 여러 소송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니 역부족이다. 소송 진행 중에도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뀐다.
공정위가 이달 중 발표할 일감 몰아주기 조사 결과도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일감 몰아주기를 결정하는 두 가지 잣대는 부당이득 제공과 사익편취다. 공정위가 발표할 예정인 조사 결과는 한화 한진 CJ 현대 하이트진로 등 5개 그룹의 사익편취에 관한 것이다. 이번 SK그룹 계열사들의 승소에 고무돼 이들 그룹도 줄소송에 나설 수 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