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파트 관리비 통장서 20억 무단인출 포항, 입주자대표가 6100만원 쌈짓돈 쓰듯
○ 관리비는 쌈짓돈
정부가 대대적인 아파트 관리 점검에 나선 것은 수십 년간 누적돼 온 아파트 관리의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이번 감사에서도 관리비 횡령, 금품 수수,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 부당 관리비 부과 등 ‘비리 복마전’을 방불케 할 만큼 다양한 유형의 비리가 적발됐다. 특히 비리를 감독, 관리해야 할 입주자대표나 관리소장 등에 의한 비리가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경찰의 아파트 비리 특별단속으로 입건된 153명 중 76.7%가 입주자대표회장과 관리소장이었다. 전문가들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며 “일반적으로 입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에 무관심한 데다 아파트 회계를 감시할 시스템이 미비한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아파트 관리비를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사용했다. 경북 포항시 B아파트의 입주자대표는 2013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모두 44차례에 걸쳐 6100여만 원을 출금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경기 C아파트는 아파트 부녀회가 관리비 1500만 원을 임의로 썼다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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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판정을 받은 아파트 중에서는 관리비의 현금흐름표를 작성하지 않아 현금흐름 확인이 어려워 문제가 된 곳(517건·43.9%)이 가장 많았다. 서울 D아파트의 위탁관리 회사는 매월 아파트 관리비 통장에서 자금을 인출한 뒤 월말에 자금을 다시 입금하는 방식으로 약 5억 원을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외부 감사가 있을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아파트 청소·경비 용역업체 선정과 주차장 및 편의시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경기 화성시 E아파트의 외벽 도색공사 입찰에 참여했던 한 업체는 다른 회사의 서류를 자신들의 것으로 위조해 입찰에 참여한 뒤 입주자대표에게 1500만 원을 줬다가 적발돼 관련자들이 경찰에 구속됐다.
입주민 몰래 은근슬쩍 관리비를 이중으로 부과하는 일도 있었다. 서울 F아파트는 승강기 보수 및 교체 공사를 하면서 1600만 원의 공사대금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수선유지비 명목으로 지출한 뒤 입주자에게 별도로 관리비를 부과했다. 관리비에 장기수선충당금이 포함돼 있으므로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은 이중으로 돈을 낸 셈이다.
○ 비리 근절 입주민 관심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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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