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고 소송 등 우환 닥칠것”… 불안감 부추겼다면 사기죄 VS “고환 하나밖에 없어도 아이 낳게 해줬다”… 효험 없어도 굿 해줬다면 무죄
굿을 한다며 수억 원을 받은 무속인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한 두 건의 법원 판결에서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 굿의 효험이 없었더라도 실제로 굿을 했다면 사기가 아니라는 판결과 굿을 했더라도 불행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말했다면 사기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부상준 부장판사는 굿을 해주겠다며 윤모 씨로부터 총 2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한모 씨(46)에 대해 사기가 아니라고 1월 22일 판결했다. 한 씨는 2009년 10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윤 씨에게 “삼신할머니에게 빌어 아이를 점지받는 굿을 한번 해 봐라. 고객 중에 고환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있는데 이 굿을 한 뒤 아이가 생겼다”고 권유해 20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또 윤 씨가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하자 “신기(神氣)를 누르는 누름 굿을 하라”며 3000만 원을 받는 등 2011년 5월까지 총 2억2440만 원을 받고 9차례에 걸쳐 굿을 해줬지만 이렇다 할 효과가 없어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한 씨가 굿을 해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윤 씨로부터 굿 비용을 받고서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했다. 실제로 굿을 하지 않았다면 사기죄가 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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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결혼하기 어렵고, 당신이나 아버지의 사업에 재(災)가 생기며,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를 당한다”고 속여 2009년 1500만 원을 받는 등 2008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총 149회에 걸쳐 17억9193만 원을 받았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