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준·사회부
대법관은 영국 소설에 나오는 6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공간이 달라도 중요성은 차이가 없다. 사법부 최고위직을 지낸 신영철 전 대법관이 지난달 16일 변호사 개업 신고를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내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신 전 대법관은 우리 사회가 전관예우를 막기 위해 만든 모든 법을 피해갔다. 그는 전직 고위 법관과 검사장 등에 대해 퇴임 후 3년 동안 대형 로펌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이른바 ‘관(官)피아 방지법’이 시행되기 약 한 달 반 전인 지난해 2월 퇴임했다. 2014년 12월 30일 개정된 ‘관피아 방지법’은 지난해 3월 31일 시행됐고 그 사이인 2월 17일 신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1년 동안만 사건 수임을 제한한 옛 변호사법의 적용을 받은 그는 이를 피해 지난달 16일 변호사 개업 신청을 했다.
신 전 대법관의 변호사 활동이 위법하지 않다고 해서 모든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 몸담고 있는 법관 상당수는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국민의 위임으로 빌려 입은 옷과 같은 것이고, 국민이 입혀준 법복을 사적인 이익에 사용하기보다 공익을 위해 애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관들이 국민이 입혀준 법복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배석준·사회부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