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사건팀
경찰 발표 직후 구 씨 측은 경찰의 ‘짜맞추기 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둘 중 하나는 추악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진실게임 형국이 됐으니 구 씨 등 피의자들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 초기부터 현장에서 경찰 수사를 지켜본 기자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구 씨 측의 비난에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경찰은 서울시향 직원들의 호소문에 맞서 박 전 대표가 제출한 진정서를 처음 접할 때만 해도 그의 주장을 허무맹랑한 변명으로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찰은 호소문에 적시된 사례들을 하나하나 조사하면서 석연치 않은 점을 적잖게 발견했다. 주장이 일방적인 내용일 뿐 시기와 장소, 증거도 앞뒤가 맞지 않았고 심지어 직원들의 진술마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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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구 씨와 서울시향 직원 10명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검찰이 이들을 기소하면 서울시향 직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구 씨는 피고인 신분이 된다. ‘인권 열사’라 할 만하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구 씨에게 네 차례나 출석을 요구했지만 그는 모두 불응했다. 구 씨는 미국 국적인 데다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어 강제 송환도 불가능했다. 구 씨가 진정 직원들의 인권을 옹호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하루빨리 자발적으로 귀국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혹시 비행기 값이 부족하다면 나라도 기꺼이 보탤 수 있다. 누군가의 인권이 바로 세워질 수 있다면 그 정도는 아깝지 않다.
박훈상·사건팀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