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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첫 ‘4세 경영’ 두산, 위기 돌파해 기업가정신 입증해야

입력 | 2016-03-04 00:00:00


올해 설립 120주년을 맞는 두산에서 그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이 차기 이사회 의장을 맡으면서 한국 주요 대기업이 ‘4세 경영 시대’에 돌입했다. 박정원 회장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박승직 상점’을 설립해 두산그룹의 기틀을 잡은 박승직 창업주부터 따지면 4대째 장손이다. 두산그룹주는 4세 경영인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부문 매각 소식이 겹치면서 이틀째 동반 상승했다.

박정원 회장 체제는 형제들이 순차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온 두산가(家)의 전통을 감안할 때 예견됐던 수순이다. 2005년 박용성 회장 취임 당시 형인 박용오 회장이 동생을 비자금 조성 혐의로 고발한 ‘형제의 난’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내부 가족회의에서 합의한 뒤 전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사실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때 핵심 역할을 하는 등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를 갖춘 승부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족경영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는 한국에서 두산의 4세 경영은 중요한 시험 무대다. 경영세습과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에서 논란이 있지만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능력으로 존재가치를 입증할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소유경영 체제’인 월마트와 ‘전문경영 체제’인 K마트를 비교하며 오너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장기성과 달성에 적합한 모델이라는 자료를 내놨다.

박정원 신임 회장은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돌파라는 첫 과업부터 분명히 완수해야 한다. 두산그룹 계열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은 2012년부터 4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말 20대 신입사원에게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아 논란을 키웠다. DNA에 새겨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부실을 털어내고 혁신을 통해 이윤 창출에 나서야 한다. 두산그룹에 대한 재계의 기대가 높지만 환호하기엔 이르다. 1년 뒤 성과에 따라 박수를 받을지, 비판을 받을지 판가름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