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선거구 획정의 마지막 시한으로 정했던 어제도 결국 이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막혀 선거구 획정안의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야당이 테러방지법을 저지하려고 화급을 다투는 선거구 획정까지 지연시키는 것은 잘못이다. 필리버스터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3월 10일)까지 계속하느라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미뤄선 안 된다. 더민주당이 오늘 오전 필리버스터 중단을 발표할 예정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이 와중에 여야는 심각한 공천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국민 보기에 창피하지도 않은가.
정두언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살생부 파문은 어제 김무성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유야 어찌 됐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해 일단 봉합된 상태다. 김 대표가 살생부 파문에 대해 사과하고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등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 결과다. 김 대표가 40여 명의 물갈이 명단이 담긴 살생부를 청와대 또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으로부터 받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당 대표와 3선의 중진 의원이 서로 발언의 진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자체가 집권 여당의 수치다.
살생부 논란은 2008년, 2012년에도 ‘자기 사람’을 더 많이 공천하려는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 간의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 이번에는 살생부의 ‘실체’를 놓고 갈등이 증폭됐다 일단 수습됐지만 언제고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일로 김 대표는 리더십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으나 자업자득이니 누구를 탓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친박이 현재 권력을 믿고 오만한 공천권을 휘두른다면 새누리당 대표실의 배경막에 쓰인 대로 ‘한순간에 훅 간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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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 주자인 국민의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호남지역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와 공천 신청자들의 경선 방식을 놓고 조만간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조짐이 보인다. 세계 어느 민주주의 선진국 중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선거구 획정과 공천 방식을 두고 이처럼 여야와 계파가 나뉘어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는 나라가 있는지 국민은 신물이 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