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 前지도자의 ‘공개 지지’에… “모르는 사람” 태도 분명히 안 밝혀 루비오 “잘 알면서 거짓말” 공격… 언론, 부친 KKK 폭동 가담설 보도 트럼프 반박 나섰지만 파문 확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70)가 대선 레이스의 최대 관문인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악명 높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연루 의혹에 휩싸였다. 트럼프가 히스패닉 비하 발언 등으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1일 14개 주 동시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KK 연루 의혹은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트럼프가 지난달 28일 CNN 인터뷰에서 최근 KKK의 전 지도자인 데이비드 듀크가 자신을 공개 지지한 데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듀크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서 “대선에서 트럼프를 뽑지 않는 것은 우리가 미국에서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에 대한 반역”이라고 말했다.
―듀크의 지지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거리를 둘 것인가.(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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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를 말하는 거다.(CNN)
“자료를 주면 보고 알려주겠다.”(트럼프)
이 소식이 알려지자 경쟁자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플로리다)은 버지니아 주 유세 도중 “트럼프는 듀크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2000년 2월 개혁당 대선 후보 출마를 포기하면서 이 당의 핵심인 듀크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런 정치적 조직은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경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도 트위터에 “인종차별은 잘못된 것이고 KKK는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가세했다.
트럼프에게 비판적인 미 주류 언론은 지난해 불거진 트럼프 부친의 KKK 폭동 가담설을 다시 끄집어내 의혹을 부채질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의 아버지 고 프레드 트럼프는 1927년 뉴욕 퀸스에서 벌어진 KKK 폭동 때 체포됐던 7명 중 1명이다. 당시 이탈리아 남성 2명이 반(反)파시스트에게 살해당하자 파시스트 동조자들과 KKK 소속원 1000여 명이 모여 폭동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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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을 이끌었던 무솔리니의 어록을 트위터에 올리며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지지자가 올린 ‘양으로 100년을 살기보다는 사자로 하루를 살겠다’는 무솔리니의 어록을 리트윗한 것이다. 누리꾼들이 무솔리니가 한 말임을 지적하자 트럼프는 “무솔리니의 말이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점은 ‘좋은 말’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KKK 관련 의혹은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처럼 언제든 재활용될 소재”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슈퍼 화요일 공화당 경선이 열리는 14개 주 가운데 크루즈의 지역구인 텍사스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26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에 이어 이민 문제에 보수적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도 28일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