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하위 20% 컷오프’ 후폭풍 金 “대구에 사람 없는데 어떡하나”… 29일 당무위서 당규 개정 추진 문재인 “강기정 필리버스터 짠해”… 김종인의 전략공천 에둘러 비판
“돈보다 사람이 먼저”… 부실부채 탕감 퍼포먼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운데) 등이 2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돈(빚)보다 사람이 먼저다!’ 행사에서 압류 예정 통고서를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유진 주빌리은행 청년지점장, 이목희 정세균 의원, 김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정청래 의원, 제윤경 주빌리은행 이사.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김종인, 결국 ‘문재인 혁신안’ 손보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26일 밤 당직자들에게 “탈락한 의원 중 일부를 구제할 수 있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하라”며 당무위 개최를 지시했다.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 주도로 만든 혁신안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위 20% 컷오프’는 혁신안의 핵심이다. 구제 조항을 없앤 현 당헌·당규도 문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던 9월에 마련됐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전날 밤 트위터를 통해 “강기정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보노라니 마음이 짠하다”며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다. 강기정 멋있다. 힘내라!!”라고 적었다. 강 의원은 1차 컷오프 된 10명과 달리 김 대표의 전략공천 결정에 따라 공천에서 배제됐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칼’에 의해 탈락한 의원들에 대한 언급 없이 김 대표의 ‘칼’에 의해 탈락한 강 의원만 응원한 셈이 됐다.
문 전 대표 시절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하위 20% 컷오프 시스템이)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김종인 체제’의 비대위, 공관위가 자신의 책임하에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의원들 “컷오프 탈락자 살려내라”
“이쪽으로 오지 마. 가까이 오면 위험해.”
의총에선 의원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폭발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원욱 의원은 “현역 의원이 탈락한 곳에 대한 대책도 없는 것이 전략이냐”라고 비판했다. “(공천 배제는) 인격 살인”이라는 말도 나왔다. 의원들은 “당헌·당규를 고쳐 탈락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했다. 1차 컷오프 대상자 10명 중 문희상 전정희 백군기 김현 의원은 이의 신청을 했다.
총선기획단이 광주 2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당규에 총선기획단의 역할 규정도 없는데 월권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공천이 가로막힌 강기정 의원은 “경쟁력 여론조사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까지 포함시킨 것은 (총선기획단의)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 단장은 “(1차 컷오프를 현 지도부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의총장을 박차고 나갔다. 한 비주류 의원은 “1차 컷오프는 사실상 문 전 대표가 한 것인데 현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것은 비겁하다”고 했다. 당 일각에는 “(의원들의 반발은) 2차 컷오프 물갈이 폭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