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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걸] “정해진 업무 영역의 경계를 허물어라”

입력 | 2016-02-26 03:00:00

코오롱 FnC 패션 본부장 한경애 상무



1.단순한 블랙&화이트 코디지만 재킷의 독특한 소매 디자인과 스커트의 디테일이 감각적이다.입고 있는 옷은 ‘래코드’. 전위적인 스타일을 좋아해 평소 즐겨 입는 브랜드다.

2.한경애 상무는 비대칭적인 요소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을 선호한다.블랙 컬러의 평범한 디자인에 비대칭적인 치마 길이로 포인트를 주었다.

3.이태원에 위치한 ‘시리즈 코너’는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편집 매장으로 구성돼 있다.사진은 핸드메이드 가구 브랜드 ’굿 핸드 굿 마인드’ 매장. 그는 핸드 메이드 가구를 비롯한 인테리어 소품에도관심이 많다. 입고 있는 옷은 ‘시리즈 에피그램’의 여성 라인. 부분적인 플리츠 처리가 돋보이는 카디건과밑단이 포인트인 팬츠에 스트라이프 셔츠를 매치했다.


한경애 상무는…
1962년생.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1984년 삼도물산에 입사하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1988년 쌍방울 다반으로 이직하며 남성복 시장에 뛰어든다. 1995년 코오롱상사의 ‘헨리코튼’ 디자인 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코오롱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7년 쌍방울 다반으로 스카우트되어 ‘C.P컴퍼니’ 브랜드 실장을 역임하고, 1998년 코오롱으로 돌아와 유니섹스 브랜드 ‘마씨모’를 론칭했다. 이듬해인 1999년부터 3년 간 위즈인터내셔널, 쌈지 의류사업부, 세정21 등에서 여성 캐주얼 시장을 경험했다.
2005년 남성복 사업을 주도했던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이직, ‘시리즈(series;)’와 ‘래코드(Re;code)’를 출시했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패션 2본부를 총괄하며, ‘시리즈’와 ‘래코드’, ‘헨리코튼’의 사업본부장이자 디렉터로 디자인, 기획, 유통, 영업 등 사업 전 분야를 지휘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옷만 잘 만들면 되고, 생산은 공장에서, 판매는 영업부에서 다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일하며 느낀 것은, 디자인부터 생산, 마케팅, 매장 디스플레이, 심지어 판매 사원의 메이크업 톤까지 모두 한 흐름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따로 나눠 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디자이너였던 제가 판매사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화장법 강의도 했어요(웃음).”

국내 남성복 시장의 1세대 디자이너로 출발해 사업본부장, 브랜드 총괄 임원의 자리까지 오른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 부문 패션 2 본부장 한경애 상무(53). 30여 년간 패션업계에 종사하면서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사업을 많이 벌이고, 또 성공시켜왔다.



새로운 콘셉트의 브랜드와 매장 탄생시켜

그가 늘 강조하는 것은 “일에 한계를 두지 말라”는 것.

“남성복이니까, 디자이너니까, 영업사원이니까, 이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요.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일밖에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늘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한 상무가 2006년 탄생시킨 남성복 ‘시리즈’는 브랜드에 편집 매장 개념을 국내에 도입한 브랜드다. 자체 디자인하고 생산한 제품뿐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한 브랜드들도 ‘시리즈’란 브랜드 명을 함께 붙여 한 매장에서 판매해왔다. ‘남자의 부엌’ 등 주제를 정해 남성복 매장을 콘셉트가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시리즈’ 매장 역시 한 상무의 작품.

2012년 론칭한 ‘래코드’ 역시 새로운 발상에서 비롯된 브랜드다.

“출고된 지 3년이 지나도 팔리지 않는 옷들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소각됩니다. 래코드는 그렇게 버려지는 옷들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재고 의류가 전문가의 손을 거쳐 전혀 새로운 옷으로 재탄생합니다.”

한 상무는 이 모든 작업을 진두지휘한다. 그는 “대기업이 브랜드 명을 달아 리디자인 옷을 선보인 사례는 해외에서도 없다”고 말한다.

똑같은 방식을 거부하는 ‘다르게 하자’ 주의

“이전에 해온 그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거부합니다. 이제는 ‘다르게 하자’는 주의죠. 다들 안 될 거라고 말해도, 제게 믿음이 있으면 밀어붙입니다. 경영진도, 직원도, 백화점 바이어도 끊임없이 설득하죠. 그러다 보니 업계 최초로 시도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는 백화점 영업도 기존과는 다른 비즈니스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바이어를 만나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죠. ‘해외출장을 가보니 이런 숍이 유행하더라’는 얘기도 전하고, 트렌드를 소개하는 책을 건네기도 하고요. 백화점 매장 인테리어도 새롭게 제안했습니다. 매출이 오르다보니 이제는 바이어들이 제가 오기를 기다린대요(웃음).”

그의 취미는 여행이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 옛 것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즐긴다. 얼마 전에는 ‘쪽 염색’의 장인을 찾아 남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가면 그 지역 장인들도 만나고 그들을 ‘시리즈’ 잡지에 소개하기도 한다. 취미생활이 곧 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제가 가장 자부심을 갖는 일 중의 하나가 시리즈 매거진 창간입니다. 1년에 두 번 발행하는데 어느새 19호가 나옵니다. 매 시즌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디지털 세대의 고객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건드려주는 거죠.“

그는 “많이 돌아다니며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원이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결재만 해선 안 됩니다. 바깥에서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이 쌓여 있다가 필요할 때 꺼내지는 거예요.”

매장을 방문할 때 그의 걷는 속도는 젊은 직원들이 못 따라갈 정도로 빠르다.

“매장의 동선도 확인하고, 판매직원도 면담하고, 매장 디스플레이도 살펴보죠. 우리 매장만 보는 게 아닙니다. 여성복 매장, 인테리어 매장 등 한 군데라도 더 둘러보려니까 걸음이 빨라질 수 밖에요(웃음).”

한 상무의 옷 입는 원칙은 디자이너이자 관리자인 자신의 위치와 상황에 어울리게 입는 것이다.

“평범한 정장이나 지나치게 화려한 옷은 피하죠. 대신 셔츠 하나를 입더라도 언밸런스한 패턴이나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을 택합니다. 감각적인 스타일을 좋아해요. 해외 출장 때는 좀 더 대담하게 입는 편입니다. 동행하는 직원들에게도 ‘멋지게 차려입으라’고 하고요. 한국 사람들, 옷 잘 입는다는 평을 들어야 되지 않겠어요?(웃음).”



▼브랜드 스토리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Fashion and Culture) 부문은 1973년 코오롱스포츠를 선보이며 패션사업을 시작한 이래 헤드, 쿠론, 시리즈, 럭키슈에뜨, 슈콤마보니 등 20여 개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시리즈


남성복 ‘시리즈’는 ‘시리즈(Series;)와 ‘에피그램(epigram)’, ‘셔츠바이 시리즈(Shirts X Series;)’ 등의 브랜드를 생산한다. 현재 백화점 등에 100개가 넘는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바이시리즈(byseries)를 운영하고 있다.

래코드


의류 재고를 활용한 업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 모든 제품이 수작업, 한정판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스타일을 원하고 윤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패션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헨리코튼


본래 이탈리아 브랜드로 1996년부터 라이선싱으로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데, 클래식한 스타일과 편안함을 선보이고 있다.



글/김경화 (커리어 칼럼니스트, 비즈니스·라이프 코치)
사진/김성룡(스타일 포토그래퍼, BoB스튜디오)

동아일보 골든걸 goldengir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