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밖의 회사원서 집안의 딸바보로 성균관대 500여권 분석 논문
“아우 많이도 쌌네!” 웃으며 기저귀 갈아주는 캥거루형 아빠. 뜨인돌 어린이 제공
“아니요, 우리 아빠는 안 그래요. 나와 함께 집 안 구석구석을 찾아주시죠!”(‘아빠는 너를 사랑해!’ 중)
전통적인 권위 대신 친근함과 다정함이 ‘요즘 아빠’의 대세다. 이는 아이들의 ‘세상을 보는 교과서’인 그림책에도 반영됐다. 최근 그림책 속 아버지의 모습은 △솔직하고 다정다감한 △친구같이 놀아 주는 △‘딸바보’라는 세 개의 키워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박소윤 씨가 박사학위 논문(지도교수 현은자)에서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기를 끈 국내외 그림책 500여 권을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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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의 이불을 꺼내 딸과 신나게 놀아주는 ‘딸바보’ 아빠. 시공주니어 제공
과거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아버지의 등장 배경이 집 밖에서 ‘안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책에서 아버지가 집 안에서 등장하는 비율은 1990년대 후반 37%에서 2010년 이후 51%로 높아졌다. 과거엔 아버지가 ‘가정에 없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자녀와 놀아주는 모습도 많아졌다. 권위를 내세우던 아버지가 이젠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친근한 존재로 묘사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아버지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박 씨는 “현대 사회에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늘고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아버지가 등장하는 다양한 그림책을 유아들에게 보여 주면 아이들이 나중에 바람직한 부모로 자라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부모들도 긍정적이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윤선정 씨(43)는 “오늘날 아버지의 모습은 분명 한 가지가 아니다”라며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 아이들이 더 쉽게 공감하고 현실에 대한 인식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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