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비하’ 한마디에… 돈줄 끊긴 파키아오

나이키 “8년 해온 후원 중단”

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8·사진)가 말 한마디로 천 냥을 잃었다.

파키아오는 16일 필리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성과 여성이 짝을 이루는 것은 상식이다. 동성과 결혼하는 사람들은 동물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파키아오가 나이키 티셔츠를 입고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나이키는 18일 “파키아오의 발언은 혐오스럽다. 나이키는 어떤 차별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8년 동안 해왔던 후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파키아오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과의 글과 영상을 올렸지만 상황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현재 필리핀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파키아오는 5월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파키아오의 발언이 동성애 반대 정서가 강한 가톨릭 신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동성 간 결혼이 불법인 필리핀에서는 약 1억800만 명의 인구 중 가톨릭 신자가 80% 가까이 된다.

이에 앞서 나이키와 함께 세계 스포츠 용품 시장의 양대 산맥인 아디다스는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의 공격수 애덤 존슨(29)과의 스폰서 계약을 이달 초 해지했다. 아디다스는 지난달 도핑 스캔들에 연루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후원도 중단했다. 영국 BBC는 아디다스의 결정으로 IAAF가 3000만 달러(약 360억 원)의 손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