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곳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정년퇴직 뒤 서울시에 재취업한 최기욱, 박종구, 박삼봉 씨(왼쪽부터)가 역대 서울시장의 초상화가 걸린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서울시 서소문청사 안내데스크에서 방문객 민원서비스 업무를 하는 박삼봉 씨(68). 그는 1975년부터 2000년까지 26년간 서울시 총무과와 기획부 등에서 일한 ‘전직’ 서울시 공무원이다. 정년퇴직과 동시에 공무원 신분을 벗어던졌지만 그는 여전히 서울시의 ‘일꾼’이다. 2014년부터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퇴직공무원 채용제도 때문이다.
서울시는 퇴직공무원이 가진 노하우를 시정에 활용하기 위해 계약제 형식으로 재취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83명의 서울시 퇴직공무원이 일자리를 구했고 올해도 100여 명이 재취업해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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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취업한 박종구 씨(67)는 서울시 공무원 시절 종합건설본부에서 건축 민원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현재 층간소음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는 바쁜 일상이지만 그는 민원 상담이 해결되지 않으면 스스로 퇴근을 미룰 만큼 열정적으로 일에 매달리고 있다. 자택이 있는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시청까지 2시간 반이 걸리는 출근 시간도 그에겐 설레는 일과 중 하나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좀이 쑤셔서 못 견딥니다. 이른 아침 일어나 출근을 준비하니 몸이 건강해지고 삶에 의욕도 생기더라고요. 선배로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일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민원인과 실무부서를 연계하고 소통지원을 하는 최기욱 씨(62)도 시니어들에게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설명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해야 할 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느슨한 마음으로 매일 노는 사람과 적절한 긴장을 유지한 채 일하는 사람의 신체와 정신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하루 7만∼7만5000원 선. 격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평균 80만 원가량을 월급으로 받는다. 현역 공무원보다 적은 봉급이지만 퇴직공무원들은 “웬만한 재테크 수익보다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박삼봉 씨는 “매달 연금을 받는 기분”이라며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직접 번 돈으로 용돈 주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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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