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이 2일 국무회의가 끝난 후 자신에게 언성을 높인 데 대해 “서울시민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공방을 벌인 일을 두고 현 수석이 “국무회의를 국회 상임위처럼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도 계신데 고성을 지를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반박했지만 언성이 높았던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당시 국무회의 상황에 대한 청와대와 서울시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박 시장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누리예산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시도지사-교육감 협의회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누리예산을 포함하는 방안에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박 시장은 아무 대꾸도 못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주장이고, 박 시장이 대통령과 관련 당사자 전체 회의를 제안했다는 게 서울시 측의 주장이다.
국무위원이 아닌 박 시장은 의결권이 없지만 발언권은 있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의 누리예산 갈등에 박 시장은 직접 당사자는 아니지만 긴급예산 편성 등으로 영향을 받는 자치단체장인 만큼 의견을 낼 수 있다. 국무회의가 대통령의 말씀을 받아 적기만 하는 곳은 아니지 않는가. 박 시장의 태도에 청와대 비서가 언성을 높이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이준식 사회부총리가 브리핑으로 비판한 것은 청와대의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대통령에 대한 충성 경쟁같이 비쳐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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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예산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나 교육청 어느 쪽 손을 선뜻 들어주기 어렵다. 중앙정부가 누리예산을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1조3000억 원 늘려준 것은 틀림없지만 전체 누리예산 4조 원에 못 미친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공약으로 누리과정을 이명박 정부 때의 5세에서 3∼5세로 확대하는 바람에 시도교육청의 부담이 커졌다. 시도교육청도 학생 수 감소 등에 따라 생기는 여유분을 누리예산으로 돌리지 않은 책임이 있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모두 정략을 떠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상대에게 귀를 더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