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시어터 ‘The Astonishing’ 전작들 비해 메탈의 격렬함 줄고, 아리아풍의 부드러운 노래 늘어
미국 메탈 밴드 드림시어터. 왼쪽부터 존 페트루치(기타), 조던 루디스(키보드), 제임스 라브리에(보컬), 마이크 맨지니(드럼), 존 명(베이스기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영화가 아닌 음반의 줄거리다. 미국의 5인조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드림시어터의 13집 ‘The Astonishing’(1월 29일 발매·워너뮤직코리아)은 스토리 앨범이다. 보컬 제임스 라브리에는 8명의 등장인물을 연기하고 일사불란한 밴드 연주는 관현악, 합창과 힘을 합쳐 청각적 공상과학(SF)물을 만들어낸다.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프로그레시브함’은 대개 △조성과 박자의 잦은 변화 △폴리리듬과 변칙 박자(5, 7, 11박…)의 애용 △서사적인 노랫말 전개 등의 세 가지 측면으로 표출된다. 1989년부터 드림시어터가 보여준 100개 이상의 그림(곡)은 그대로 프로그레시브 메탈 박물관을 이뤘다. 육중한 스타카토가 변박을 타고 내닫는 기타-베이스-드럼-건반 연주, 드라마틱한 노랫말과 멜로디의 총진군은 듣는 이를 비포장도로를 시속 100km로 달리는 전차에 탑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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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시어터의 ‘The Astonishing’ 표지. 워너뮤직코리아 제공
청각 드라마는 종종 보물선의 뱃머리에 서 바람을 맞는 느낌을 선사한다. 이를테면 마지막 음표를 길게 끄는 라브리에의 절창이 등장인물의 결심이나 반전을 품고 악곡 전체의 조옮김과 맞물리는 순간에…. 키보디스트 조던 루디스가 만들어낸 ‘노맥’의 전자 노이즈도 인상적이다.
밴드의 전작들에 비하면 격렬한 메탈 소용돌이의 비중이 줄고 아리아풍의 부드러운 노래가 늘었다. 음반의 풍경은 고봉 많은 산맥 같다. 슈베르트의 ‘마왕’처럼 물결치는 선율에 탱고 리듬, 합창이 합류하는 ‘Lord Nafaryus’, 너페리어스의 광기를 스윙 리듬으로 그려낸 ‘Three Days’, 긴박감 넘치는 변박 리프에 올라탄 랩 같은 쏘아붙임이 데리어스 왕자와 에리스 사령관의 논쟁과 검투를 점묘한 ‘The Path that Divides’…. 성급하게 긴장이 해소되며 예측 가능한 결말로 향하는 앨범 후반부는 아쉽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