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표정의 프라윳 태국 총리. 태국 매체 사진
세상만사 제 뜻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기자 탓부터 하는 게 세계적 유행이 되고 있다. 미국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사회를 볼 여성기자가 맘에 안 든다고 TV토론회에 불참하더니 이번엔 태국총리가 기자회견 도중 언론 때문에 나랏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며 하루 종일 기자들을 향해 마구잡이 분풀이를 해댄 사실이 드러났다.
산센 카에캄너드 태국 정부 대변인은 4일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를 대신해 이례적 사과를 했다. 카에캄너드 대변인은 “총리께서 저에게 2일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던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언론과 국민에 전달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총리가 국민의 높은 기대수준에 부응하기위해 강한 압박을 받고 있으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하루 종일 벌어졌던 쁘라윳 총리의 이성을 잃은 행동이 태국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였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뿌라윳 총리는 다혈질 성격의 거친 언행으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기자들을 사형시킬 수도 있다”거나 “한 때 때려주고 싶다”는 발언들이다. 이 때문에 올해 목표 중 하나를 ‘좋은 사람이 되자’로 잡았을 정도였다.
그의 분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후 각료회의 직후 기자회담에서는 정부 개헌안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듣자 연단을 손바닥으로 두 차례나 거칠게 내려쳐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그 충격으로 연단 위에 놓였던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지만 그는 아랑곳 않고 “지난 2년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언론은 왜 우리를 믿지 않느냐”, “언론이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주진 않고 비난여론만 부추긴다”며 언론에 대한 적의를 드러냈다.
태국 군부는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뒤 기존 헌법을 대체할 개헌안 제정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 마련한 첫 개헌안 초안이 군부의 정치 개입을 제도화한다는 등의 비판 속에 폐기된 데 이어 두 번째 헌법 초안도 독소조항이 많은 ‘독재자법’이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