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원 세계스키연맹 부회장(아시아스키연맹 회장). 2016년 2월 1일 오전 곤지암리조트에서 촬영.
“사실은 최근까지도 부정적 견해가 팽배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은 해냈습니다. 모두가 힘을 합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덕분이지요.”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연임(1986~1996년)했고 지금은 FIS에서 아시아대륙을 대표하는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승원 씨(84·아시아스키연맹 회장)의 말이다. 그는 정선 알파인경기장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루시 위원장이 정선코스를 설계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 부회장과의 오랜 인연이 그 끈이었다. “대한스키협회 회장으로 있던 1994년, 용평리조트에 국내 최초의 월드컵 코스(레인보 슬로프)를 개발할 때 초빙한 설계자가 루시였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겨울올림픽 유치를 염두에 두고 활강코스를 물색할 때도 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상공의 헬기에서 유일하게 활강코스가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했고, 정상까지 함께 걸어 올라가 확인한 곳이 바로 이 가리왕산이었으니까요.”
루시는 스키어로도, 코스설계자로도 이름난 활강종목의 ‘살아있는 전설’. 1970년엔 월드챔피언십 챔피언, 72년엔 월드컵 챔피언과 삿포로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그리고 알베르빌, 릴레함메르, 나가노, 솔트레이크, 소치의 겨울올림픽 활강코스도 모두 그의 작품이다. 용평 레인보 코스 베이스에 있는 피니시 하우스에는 그의 이름이 붙어 있다. ‘루시스 월드컵 하우스(Russi’s World Cup House)‘라는 동판인데, 이 부회장이 여기서 치른 국내 최초 월드컵경기(회전, 대회전)와 그를 기념해 붙인 것이다.
“올림픽 개최의 핵심은 항구적으로 이어갈 ’유산(Legacy)‘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경기장은 아시아대륙 겨울스포츠의 허브로 기능할 강원도의 자산이자 국가적으로도 소중한 관광자원입니다. 그러니 우리 국민 모두의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스키 원로의 눈은 밝다.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통해 대륙에 일어날 스키 붐을 예견하고 그 특수를 평창겨울올림픽의 유산을 통해 우리가 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당부한다. “그 유산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심입니다. 그걸 지키려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6일과 7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열리는 FIS 월드컵 활강경기 관전을 부탁드립니다.” 이 경기는 국내외 TV로 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