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삼성그룹 계열사 간 대규모 이사를 앞둔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동아일보DB
삼성물산은 본사 역할을 하는 건설부문이 3월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사한다. 리조트부문도 경기 용인 에버랜드로 옮겨가기 때문에 서초동에 굳이 사옥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패션부문은 지난해 9월 서울 수송동 사옥에서 도곡동 군인공제회빌딩으로 이미 이전했다. 다음 달이면 텅 비게 될 삼성물산 사옥에는 삼성화재 직원들이 새로 입주한다. 삼성화재는 현금 보유량이 넉넉하기 때문에 건물을 매입해 들어와도 큰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말 서초사옥에서 근무하던 디자인 인력 2500여 명이 새로 지은 서울 우면동 연구개발(R&D)센터로 빠져나간 데 이어 4월이면 극히 일부 인력만 제외한 경영지원실도 모두 수원사업장으로 이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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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20년 바뀌는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보험부채 평가방식이 지금보다 까다로워지기 때문에 보험사들 입장에선 자본금 부족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는 게 좋다. 이 때문에 부동산 자산을 새로 사들이기보다는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어 아직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조만간 부동산발 금융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 속에 최근 계열사들이 갖고 있는 불필요한 부동산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건물 매각 및 임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부동산 경기뿐만 아니라 경비 절감 차원에서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입이 됐든 임대가 됐든 4월이면 삼성은 전자 계열사가 아닌 금융 계열사들이 총집합한 ‘신(新)강남시대’를 열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삼성생명 서초사옥’으로 건물 명칭이 변경될지도 재계의 관심사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이동하려면 이사 비용 등도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삼성이 굳이 대대적인 재배치를 하는 데에는 그만큼 관련 계열사 밀집에 따른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전자 못지않게 금융 사업을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대를 연다는 상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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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