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라운드 16번 홀에서 3.5m 파 퍼트를 남기고 경기를 중단해야 했던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밤잠까지 설친 끝에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특히 세계 랭킹 1위 조던 스피스(23·미국)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거둔 승리여서 세계 랭킹 204위인 송영한의 기쁨은 더욱 컸다. 지난해 스피스가 벌어들인 상금 총액은 1203만 달러(145억 원)로 약 6000만 엔(6억 원)에 불과한 송영한의 20배가 넘는다.
하지만 송영한은 1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세라퐁 코스(파71·7398야드)에서 열린 SMBC 싱가포르 오픈 4라운드 잔여 경기에서 3개 홀을 연속 파로 막으며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스피스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송영한을 대회 총상금(100만 달러)보다 많은 120만 달러의 초청료를 받고 출전한 스피스가 끝까지 추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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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바뀌어 재개 된 경기에서 스피스는 가볍게 버디를 낚으며 송영한에 1타 차까지 따라 붙은 채 대회를 마감했다. 송영한이 16번 홀 파 퍼트를 놓치면 공동 선두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송영한은 침착하게 파를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경기가 끝난 뒤 송영한은 “경기가 미뤄지면서 밤새 너무 힘들었다. 이튿날 새벽부터 일어나 16번 홀 준비를 했다”며 “16번 홀에서 파를 하고나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이것이 첫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18번 홀에서 마지막 파 퍼트를 성공시킨 송영한은 양 팔을 벌리고 만세를 불렀다.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데뷔 이후 우승의 달콤한 맛을 처음 맛 본 송영한은 “(스피스의 막판 추격에도) ‘내 것만 치자’고 수도 없이 되새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 투어에서 준우승만 6차례 한 송영한은 “주변에서 첫 단추를 꿰는 게 제일 어렵다고들 했는데 큰 대회에서 우승을 해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림픽 진출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올 시즌 목표를 3승으로 높여 잡기로 했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송영한은 4일부터 미얀마에서 열리는 레오팰리스21 미얀마오픈에 출전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