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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가려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싫었어요.”
A 양(19)이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단순했다. 맞벌이였던 부모는 A 양보다 일찍 출근했고, 늦게 들어왔다. 부모는 A 양이 한 두 번 결석을 할 때도 큰 관심을 주지 못했다. A 양이 학교를 그만 두고 나서야 부모는 그를 심하게 질책했다. 반발심에 가출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3년 정도 지난 현재 A 양은 학교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A 양은 단 한 번도 자신이 ‘비행청소년’이라 생각한 적이 없지만, 부모와 사회는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그렇게 낙인찍었다.
학교 밖 청소년 2명 중 1명 이상(56.9%)이 학교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이중 소년원과 보호관찰소 입소 청소년 등 ‘비행집단’일수록 더 많이(70.2%)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상당수(43%)는 학교를 그만 둔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힘들어했고, 진로에 대한 고민(28.8%) 및 부모와의 갈등(26.3%)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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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경험부재(52.3%)가 가장 많았고, 졸업장을 받지 못해서(52.3%), 교복을 입지 못해서(51.9%), 친구 사귈 기회가 줄어서(44.6%), 학생 권리가 상실되어서(33.3%)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를 그만둔 이유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서’(27.5%)와 ‘공부하기 싫어서’(27.2%)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즉 학교생활에 큰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만 둘 당시 학교 성적 역시 좋지 못했다. 하위권(36%)과 중하위권(27.7%), 중위권(18.4%)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주 1, 2회 이상의 지각(51.8%)과 무단결석(43.2%), 무단조퇴(36.4%)의 경험 비율도 높았다.
또 학교 밖 청소년 2명 중 1명(50.3%)은 고등학교 때 그만 뒀고, 고교 1학년(32.6%) 때가 가장 많았다. 학교를 그만둘 때는 부모(67%), 또는 친구(44.7%)와 가장 많이 상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무하고도 의논하지 않은 경우도 14.5%나 됐다. 이는 가족이나 교사, 친구 등이 아이의 이 같은 결정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학교 밖 청소년 중 절반 이상(53.5%)이 학교를 그만 둔 후 가출한 경험이 있으며, 주로 거주한 장소는 친구 집(34%)과 PC방(25.8%), 모텔(13.9%) 등이었다. 건강관리는 전반적으로 취약했는데, 비행집단일수록 흡연 및 음주 경험자가 많고 운동하는 비율이 낮아 특히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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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조사는 소속기관이 있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길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이나 은둔형 청소년 등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여성부는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교 밖 청소년 건강검진’을 도입해 이들의 건강관리에 직접 나설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