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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겪고도… 해운조합 이사장에 政피아

입력 | 2016-01-27 03:00:00

국회의원 보좌관 오인수씨 내정
울산정치인 친목회장… 해운경력 없어
“해피아 떠난 자리에…” 내부서도 시끌




세월호 참사 이후 1년 8개월째 공석 상태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인 오인수 씨(60·사진)가 내정됐다.

해운, 안전 관련 경력이 없는 오 씨가 내정되면서 해운조합 내부에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는 등 정치권 출신 낙하산인 소위 ‘정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해운조합에 따르면 오 내정자는 25일 대의원 21명이 참석한 임시총회 투표에서 과반수인 12표를 얻어 이사장에 내정됐다. 오 내정자는 해양수산부의 승인을 받으면 임기 3년의 이사장에 취임한다.

오 내정자는 해운 및 수상안전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농업교육과 졸업 후 1996년 새천년민주당 권기술 의원 정책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이규정, 심규철 의원실과 경기도문화의전당 경영본부장 등을 거쳐 2012년부터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수석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해운조합은 2014년 4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선박안전 점검의 책임을 지는 곳이지만 세월호 출항 당시 이준석 선장이 화물 적재량과 선원 및 승객 수를 허위로 적어낸 것을 적발하지 못했다.

특히 1962년 출범 이후 해운조합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퇴직 관료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수부 마피아’ 논란이 강하게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5월 대국민 사과에서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 선박 안전관리를 맡겼고 퇴직 관료들이 관행처럼 자리를 차지했다”고 비판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해운조합 대의원들은 “이번 선거 결과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선거에 참여한 한 대의원은 “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양, 보험 등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일할 수 없는 자리”라며 “왜 정치인이 이사장이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의원 역시 “세월호 참사가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양 관련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을 해운조합 이사장에 임명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 내정자는 울산 출신 정치권 인사들의 친목 단체인 ‘여울회’ 회장을 지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오 내정자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