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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카드사 정보유출 피해자에 10만원씩 배상하라”…파장 예상

입력 | 2016-01-22 17:28:00


2014년에 발생한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건에 대해 법원이 피해를 입은 고객들에 대한 카드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전국적으로 유사 소송 100여건이 진행되고 있는데다 이번 판결로 인해 새롭게 소송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 “정보 유출에 카드사도 책임 있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박형준)는 22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카드사 고객 5206명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를 상대로 낸 4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해자 1인당 10만 원씩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카드사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고객 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개인 정보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미 제3자에게 열람됐거나 앞으로도 열람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고객들은 정신적 손해를 입었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악의 정보유출 사태로 꼽히는 이 사건은 KCB 직원이 KB국민·롯데·NH농협 등 3개 카드사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상금융거래 탐지시스템(FDS)’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KCB직원 박모 씨는 2012~2013년 3개 카드사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고객 개인정보를 USB(이동식 저장 장치)에 저장해 대부중개업체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KB국민카드 고객 개인정보 5200만 건, NH농협카드 2500만 건, 롯데카드 2600만 건 등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 여기에는 이름·휴대전화번호·직장 명·주소·신용정보 등이 포함돼 있었다. 박씨는 앞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카드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박씨의 개인적인 범죄”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카드사들도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 5206명은 모두 합쳐 약 13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재산상 피해가 확인되지 않은 점, 카드사가 유출 여부를 확인하고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5억 원만 인정했다.

●유사소송 전국에 100건 넘어, 배상규모 천문학적으로 늘 수도

이번 판결로 거센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출된 개인정보가 1억 건, 피해를 입은 개인만 해도 1700만여 명에 이르다보니 여기저기서 소송이 줄지어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사안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비슷한 소송만 1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판결 소식을 전해들은 피해자들이 새롭게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본인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는 각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홈페이지(www.kbcard.com)에 접속해 고객센터를 선택한 뒤 화면 오른쪽 하단의 ‘개인정보 유출 여부 확인’을 클릭하면 된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내역 조회화면 캡처 등 증거자료를 갖춰 변호사를 선임하면 된다. 이미 해당 카드를 해지했더라도 정보유출로 피해를 입었다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낸 이흥엽 변호사는 “실제로 사무실로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제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의 경우 1인당 소송비용은 9900원(1개 카드사 기준) 수준이었다.

집단소송이 잇따르면 카드사들의 배상액은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KB국민카드는 이미 102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걸려 있다. 손해배상 청구액을 모두 합하면 530억 원에 달한다. 롯데카드와 NH농협카드에도 각각 354억 원, 151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돼 있다. 3개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규모를 합치면 1000억 원이 넘는다.

카드사들은 일단 “소송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판결문을 송달받고 난 이후에 세부 내용을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