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법안 상정 유보 논란]완전개방땐 핵심정보 유출 우려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과 영국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당사국 중 세계 10대 로펌이 활동 중인 법률서비스 강국이다. 독일, 프랑스 등이 포함된 유럽연합(EU)과 한국의 10대 무역국(2015년 기준) 중 하나인 호주도 동참하고 있다. 한국과의 무역 규모가 클수록 법률 수요가 늘어나고, 시장 개방에 따른 자국의 주요 기업 및 로펌의 반대급부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법률시장 매출액은 2조5000억 원 안팎이다.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돼 거대 외국 로펌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법률시장 1단계 개방 후 한국에 지사를 낸 세계 1, 2위(매출액 기준) 로펌인 디엘에이파이퍼와 베이커앤드매켄지는 고용 변호사가 각각 4000명 이상이고, 매출액은 두 곳 모두 24억 달러(약 2조5000억 원)가 넘는다. 1개 회사의 규모가 한국 전체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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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2000년 법률시장 첫 개방 이후 2012년까지 모두 3차례 법을 개정했지만 지금까지도 자국에 진출한 외국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고 수익을 배분할 때 자국 로펌에 유리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본도 1987년 법률시장 최초 개방 이후 17년이 지난 2004년에야 외국 로펌의 고용과 수입배분 규정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 로펌의 한국 대표는 “외국 로펌이 지분 49%를 가져가면서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개정안의) 문제”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외국 로펌들의 주장대로 법률시장을 완전 개방하면 합작법인이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기관을 자문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며 “법률시장 개방은 단순히 국내 로펌 보호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