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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경제민주화는 아직도 진행중

입력 | 2016-01-18 03:00:00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대형 과징금 사건의 패소, 사건처리 지연과 불합리한 현장조사 관행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간 피조사업체의 절차적 권리보장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법집행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패소방지 대책과 사건처리 3.0 방안을 마련했다. 피심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사건처리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정부의 경제민주화 실천과 성과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3년 전 했던 경제민주화 약속을 어겼고 실천 노력도 미흡해 성과도 크지 않으며, 대형 가맹본부의 갑질에 침묵하는 등 경제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경기가 둔화되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경제민주화를 중단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하지만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약속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 공정위와 관련된 14개 과제 중 9개 핵심 과제는 이미 입법이 완료됐다. 투자 위축과 대기업 부담 등을 이유로 반발이 컸던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는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결국 관철시켰다.

경제적 약자의 권익향상을 위해 하도급법과 가맹사업법을 개정해 3배 손해배상제 확대, 부당특약 금지, 수급사업자 범위 확대, 편의점 심야영업 강제 금지 제도를 도입했다. 아직 입법화되지 않은 5개 잔여 과제 모두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여야 합의로 입법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경제민주화의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 시행으로 대기업집단의 복잡한 순환출자가 99% 이상 해소됐다. 사익편취 규율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최근 일부 대기업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지만 순환출자 금지 규정에 따라 조만간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순환출자 금지 제도가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을 차단하는 규율장치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대-중-소기업 간 거래관계도 상당히 개선됐다. 2014년 2월 부당특약 금지 제도를 시행한 이후 27건의 부당특약을 적발했고, 의류 자동차 등 대금 미지급 빈발 업종에 대한 집중 조사를 통해 지난 3년간 약 5000억 원의 미지급 하도급대금이 지급되도록 조치했다. 또 6개 TV홈쇼핑사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를 시정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하도급업체, 납품업체 중 90%가 넘는 중소사업자들이 전년보다 거래관행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2%가 하도급법상 3배 손해배상제가 법위반 발생 예방효과가 있다고 답변했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적 약자의 권익향상은 단지 제도 도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와야 하고, 중소기업 등 정책 수혜자들이 이를 피부로 체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경제민주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올해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흔들림 없이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지난 3년간 철저한 실천으로 이룬 튼튼한 시장경제의 기반 위에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활기찬 시장경제가 더해져 국민에게 일자리와 소득으로 보답하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